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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2021두59908

경정거부처분취소[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가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건]
🏛️ 법원대법원
📁 사건종류세무
📅 선고일자2025-09-18
⚖️ 판결유형전원합의체 판결

📌 판시사항


국외에 등록되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아니한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제조방법·기술·정보 등이 국내에서 사용된 경우, 그 대가인 사용료소득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이때 적용되는 법규(=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 및 여기서 ‘사용’은 독점적 효력을 가지는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제조방법·기술·정보 등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 판결요지


[다수의견]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한미조세협약’이라 한다)은 구 법인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8호에서 규정하는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사용료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해당한다. 한미조세협약에 따른 ‘사용지’를 확정하려면 먼저 ‘사용’의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미조세협약은 ‘사용’의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에 따라 ‘사용’의 의미는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인 우리나라의 법에 따라 해석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은 국외에 등록되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아니한 특허권(이하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 한다)이 국내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사용’은 독점적 효력을 가지는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제조방법·기술·정보 등(이하 ‘특허기술’이라 한다)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되었다면 그 대가인 사용료소득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
한편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은 협약에서 정의되지 아니한 용어는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른 의미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상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된다면 그 문맥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특허권 속지주의를 근거로,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 ‘사용’은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어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의 지급은 관념할 수 없으므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은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특허 ‘사용’의 의미를 이와 같이 해석할 만한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은 찾기 어려우므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 관련 사용료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판단은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에 규정된 원칙으로 돌아가,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인 우리나라의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야 하고, 여기서 ‘사용’은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한미조세협약의 조항 문언이나 조약 관련 합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나아가 조세조약에서의 ‘문맥’의 개념이나 범위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을 살펴보더라도,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 지급은 관념할 수 없다고 해석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②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사용’은 단지 ‘특허’에만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조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조항에 제시된 무형자산 일체에 총체적·포괄적으로 조응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무형자산 일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의미의 ‘사용’은 등록을 통하여 독점적 효력을 가지게 된 권리 자체의 ‘사용’이 아니라 무형자산의 내용을 이루는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이다.
③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이 국내에서 국외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로부터 사용의 대상인 특허기술에 재산적 가치가 없어 그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상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의 반대의견] 대법원은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을 반영하여 1992년 이후 2022년에 이르기까지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 중 ‘특허의 사용’과 관련하여 이른바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을 ‘특허권 등록국에서의 수입·판매 등 특허발명의 실시’의 입장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해당 기술을 제조·판매에 활용하는 ‘사실상 사용’의 입장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도 해당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에 활용하였다면 이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에서의 ‘특허의 사용’에 해당하고 그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아야 하므로, 종전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이나 문맥, 목적 등과 아울러 사용료 발생의 근거가 되는 라이선스 등 계약의 체결 경위 및 이로써 추단되는 거래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는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에서 말하는 ‘특허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 판례 전문

【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 담당변호사 여상훈 외 1인)
【피고, 상고인】 이천세무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가온 담당변호사 강남규 외 2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1. 11. 5. 선고 2021누102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1. 6.경 미국법인인 ‘△△△ 엘엘씨’(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로부터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당하였다. 원고는 2013. 12. 23. 소외 회사와 미국에 등록된 40개의 특허권(이하 ‘이 사건 특허권’이라 한다)에 관하여 사용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료하고 지역적 범위를 ‘전 세계’로 하는 라이선스를 받는 내용으로 특허권 라이선스 및 화해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2014 사업연도에 소외 회사에 미화 160만 달러(이하 ‘이 사건 사용료’라 한다)를 지급하고, 피고에게 그에 따른 원천징수분 법인세를 납부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용료가 ‘국외에 등록되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아니한 특허권’(이하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 한다)에 대한 사용대가로서 원천징수대상이 되는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2015. 6. 9. 피고에게 원천징수분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2019. 2. 25.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
2. 관련 규정
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한미조세협약’이라 한다) 제14조 제4항은 "본 조에서 사용되는 ‘사용료’라 함은 다음의 것을 의미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a호에서 ‘문학·예술·과학작품의 저작권 또는 영화필름·라디오 또는 텔레비전 방송용 필름 또는 테이프의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도면, 비밀공정 또는 비밀공식, 상표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 또는 권리, 지식, 경험, 기능, 선박 또는 항공기의 사용 또는 사용권에 대한 대가로서 받는 모든 종류의 지급금’을 규정한다. 제6조는 "이 협약의 목적상 소득의 원천은 다음과 같이 취급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3항에서 "제14조 제4항에 규정된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동 조항에 규정된 사용료는 어느 체약국 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에만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라고 규정한다. 제2조 제2항 전문(前文)은 "이 협약에서 사용되나 이 협약에서 정의되지 아니한 기타의 용어는,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 그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가진다."라고 규정한다.
나. 구 법인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8호에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권리·자산 또는 정보(이하 이 호에서 ‘권리 등’이라 한다)를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그 대가를 국내에서 지급하는 경우 그 대가 및 그 권리 등을 양도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 다만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 방지협약에서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그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외에서 사용된 권리 등에 대한 대가는 국내 지급 여부에도 불구하고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아니한다. 이 경우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이하 이 호에서 ‘특허권 등’이라 한다)는 해당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다(이상과 같이 한미조세협약은 ‘특허’, 구 법인세법은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도 이를 고려하여 두 가지 용어를 혼용하기로 한다).
3.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한미조세협약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에서 규정하는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사용료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해당한다. 한미조세협약에 따른 ‘사용지’를 확정하려면 먼저 ‘사용’의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미조세협약은 ‘사용’의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에 따라 ‘사용’의 의미는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인 우리나라의 법에 따라 해석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 국내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사용’은 독점적 효력을 가지는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허권의 대상이 되는 제조방법·기술·정보 등(이하 ‘특허기술’이라 한다)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이 국내에서 사용되었다면 그 대가인 사용료소득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
한편 앞서 본 대로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은 협약에서 정의되지 아니한 용어는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른 의미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도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상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된다면 그 문맥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특허권 속지주의를 근거로,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 ‘사용’은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어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의 지급은 관념할 수 없으므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은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특허 ‘사용’의 의미를 이와 같이 해석할 만한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은 찾기 어려우므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 관련 사용료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판단은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에 규정된 원칙으로 돌아가,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인 우리나라의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야 하고, 여기서 ‘사용’은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기술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조약은 전문·부속서를 포함하는 조약문의 문맥 및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 그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여기서 문맥은 조약문 외에 조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당사국 사이에 이루어진 그 조약에 관한 합의 등을 포함하며, 조약 문언의 의미가 모호하거나 애매한 경우 등에는 조약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등을 보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밝혀야 한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한미조세협약의 조항 문언이나 조약 관련 합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나아가 조세조약에서의 ‘문맥’의 개념이나 범위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을 살펴보더라도,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 지급은 관념할 수 없다고 해석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대법원 역시 그동안 한미조세협약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특허권 속지주의만 반복하여 언급하였을 뿐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른 해석을 배제하는 ‘문맥’의 실체가 명확하게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아래에서 보듯이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은 충분히 관념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사용’은 단지 ‘특허’에만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조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조항에 제시된 무형자산 일체에 총체적·포괄적으로 조응하는 개념이다. 이 조항은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도면, 비밀공정, 비밀공식, 상표 및 이와 유사한 재산·권리, 지식, 경험, 기능 등 다양한 무형자산을 열거하고 있다. 이 중에는 특허, 의장, 신안 등처럼 등록을 권리의 발생요건으로 하는 무형자산도 있지만, 저작권, 비밀공정, 지식, 기능 등처럼 그렇지 않은 무형자산도 있다. 이러한 무형자산 일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의미의 ‘사용’은 등록을 통하여 독점적 효력을 가지게 된 권리 자체의 ‘사용’이 아니라 무형자산의 내용을 이루는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이다. 이와 같이 ‘사용’을 모든 무형자산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사용’이라는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나 조항의 체계에 부합하고, 등록과 구별되는 사용의 본질을 제대로 포착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에는 국경이 없으므로 등록 국가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이루어질 수 있다.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 ‘사용’도 마찬가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3) 대법원도 한미조세협약의 일부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같은 시각을 내비쳐 왔다. 대법원은 외국 소프트웨어의 국내 도입에 대해 지급한 돈을 통상 노하우라고 일컫는 발명, 기술, 제조방법, 경영방법 등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로 보아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누11065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저작권, 비밀공정, 비밀공식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이나 권리, 지식, 경험, 기능 등’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한 사용료가 어느 체약국 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면서, 내국법인이 발명, 기술 등에 관한 비공개 정보를 국내에서 사용하고 미국법인에 그 대가를 지급하였다면 그와 관련한 미국법인의 사용료소득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8두36592 판결 참조). 이처럼 대법원은 등록을 권리의 발생요건으로 하지 않는 무형자산에 관하여는 그 무형자산의 내용을 이루는 기술정보가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되었는지를 국내원천소득 판단 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에 대해서만은 ‘사실상 사용’이 아니라 ‘특허권의 독점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의 실시’라는 관점에서 국내 사용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여 왔다. 이처럼 대법원이 유독 특허 사용의 의미를 달리 파악하는 근거는 특허권 속지주의이다. 하지만 다음에 살펴보듯이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 사용의 의미를 이처럼 이해하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4)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권 효력 발생지 또는 침해지와 관련된 원칙일 뿐 특허기술의 사용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칙이 아니다. 즉 특허권 자체는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가지고 그 효력 범위 내에서 침해될 수 있을 뿐이지만, 그 특허기술은 특허등록 여부나 등록 국가와 무관하게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 특허권 속지주의는 그러한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이 국내에서 국외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로부터 사용의 대상인 특허기술에 재산적 가치가 없어 그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상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또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하고 국외 특허권자에게 그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외 특허권자로부터 직접 그 특허기술을 제공받아 사용하는 것이 관련 연구개발 비용의 절감, 국내외 시장에서의 사업상 기회 창출, 기술지원 등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하거나, 그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수반될 수도 있는 잠재적인 법적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경우 등과 같이, 국내 사용자는 국외 특허권자를 상대방으로 하여 이러한 계약을 체결할 다양한 경제적·법률적 동기를 가진다. 위와 같은 계약은 특허권 속지주의와 양립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행규정에 반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특허권 속지주의에 기초하여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 지급을 관념할 수 없다는 관점은 타당하지 않고, 이러한 관점에 기초한 종전 판례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나. 판례의 변경
이와 달리 특허권 속지주의에 기초하여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의 특허의 ‘사용’의 의미를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국가 내에서의 실시’로 해석하면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을 관념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6887 판결,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8641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두18356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두9670 판결,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두42883 판결,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8두36592 판결,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9두50946 판결, 대법원 2022. 2. 24. 선고 2019두47100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사용료가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기술을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하는 데에 대한 대가라면 이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에 따라 국내 사용에 대한 사용료로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해당 사용료가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특허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었는지를 살피지 아니한 채 곧바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한미조세협약상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노경필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1)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 중 ‘특허의 사용’과 관련하여, 이른바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을 해당 기술을 제조·판매에 활용하는 ‘사실상 사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특허권 등록국에서의 수입·판매 등 특허발명의 실시’로 볼 것인지이다.
대법원은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을 반영하여 1992년 이후 2022년에 이르기까지 후자의 입장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전자의 입장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도 해당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에 활용하였다면 이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에서의 ‘특허의 사용’에 해당하고 그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아야 하므로, 종전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이나 문맥, 목적 등과 아울러 사용료 발생의 근거가 되는 라이선스 등 계약의 체결 경위 및 이로써 추단되는 거래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는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에서 말하는 ‘특허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3)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다수의견이 사용하는 표현의 부정확성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법률가의 언어는 곧 법의 권위와 직결되므로 보편적인 법적 용례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허권과 같이 법률에 의해 창설되는 권리 등에 관한 용어는 반드시 그 정확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사용되어야 하는데, ‘미등록 특허권’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법적·논리적 정합성을 결여한 표현임이 자명하다. 특허권은 특허법상 등록을 요건으로 성립하는 권리이므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허권’이라 칭할 수 없고 이는 개념적으로 모순되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첫머리 부분에서 ‘국외에 등록되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아니한 특허권’을 ‘국내 미등록 특허권’으로 정의하고, 그 이하 부분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지식재산권법 체계에 맞지 않는 잘못된 인식과 혼동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기술을 제조·판매에 활용한 것을 들어 ‘특허기술’의 사용이라고 칭하는 것 역시 특허와 무관한 것에 대하여 ‘특허’라는 용어를 덧씌우는 것으로서 이 또한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이에 반대의견에서는 다수의견이 사용한 ‘국내 미등록 특허권’ 대신에 ‘국내 미등록 발명’이라는 용어를, ‘특허기술’ 대신에 ‘발명’이라는 용어를 각각 사용하기로 한다(다만 다수의견을 인용하는 부분에서만 ‘국내 미등록 특허권’ 또는 ‘특허기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수의견의 부정확한 용어 사용이 한미조세협약을 해석함에 있어 착시 효과를 야기하였던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대법원의 종전 판례가 유지되어야 함을 아래에서 순차적으로 논증하기로 한다.
나. 한미조세협약에 대한 올바른 해석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은 해당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하고,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외에서 그 발명(외국 특허기술)을 사실상 사용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미조세협약 자체에서 ‘특허의 사용’의 의미가 도출되는 이상, 단지 조약에서 별도로 정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내법인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그 의미를 해석할 수는 없다.
1)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가) 조약은 그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앞서 본 대법원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먼저 본다.
나) ‘특허’(영문본상 ‘patents’)는 사전적으로 ‘형성적 행정행위의 하나로서 특정인에 대하여 새로운 일정한 권리·능력을 주거나 포괄적인 법령 관계를 설정하는 행정행위’ 또는 ‘특허법에 의하여 발명에 관하여 독점적·배타적으로 가지는 지배권으로, 특허청에 출원하여 심사를 거쳐 등록함으로써 발생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한미조세협약상의 특허는 ‘사용’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위 사전적 정의 가운데 전자가 아닌 후자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위 사전적 정의에서 드러나듯이 특허권과 그 보호대상인 발명은 서로 명확하게 구별되는 개념이다. 체약 상대국인 미국에서도 patents는 사전적으로 특허권이라는 권리를 의미하여, 그 보호대상인 invention(발명)과는 구별된다.
또한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체계를 보더라도, ‘특허’와 함께 열거된 ‘저작권, 의장, 신안, 상표’ 역시 모두 법령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임을 전제하고 있고, 그 뒤에 나오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 또는 권리’라는 표현으로부터도 위 조항에서의 ‘특허’가 바로 ‘특허권’이라는 권리 자체라는 점이 도출된다.
특허법이나 유사한 내용의 다른 조약 등을 보더라도, ‘특허’는 법적 ‘권리’로 인식하여야 함이 전제되어 있다. 가령 우리나라 특허법이나 미국 특허법에서는 모두 특허가 ‘권리’에 해당한다는 점을 기본으로 그 보호대상인 발명과 구별하고 있다. 「지식재산 기본법」도 ‘지식재산’(발명)과 그러한 지식재산에 관하여 법령 등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인 ‘지식재산권’(특허권)을 구별한다. 또한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와 동일한 내용을 담은 구 미일조세조약(1971년 체결) 일본어본 역시 영문본의 patents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쓴 바 있다.
무엇보다 다수의견이 근거로 들고 있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도,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중 하나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권리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경우 그 대가’를 규정하면서, (가)목에서 저작권, 상표권과 함께 ‘특허권’이라는 표현을, 같은 조 단서 전문 및 후문에서 ‘이 경우(한미조세협약의 경우) 특허권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라는 표현을 각 사용함으로써, 한미조세협약상 ‘특허’가 ‘권리’를 의미함을 전제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한미조세협약의 ‘특허’는 권리로서의 ‘특허권’을 의미한다. 그 보호대상에 불과한 발명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다) 다음으로 ‘사용’(영문본상 ‘use’)은 사전적으로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쓴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연결되는 목적어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나 ‘선박’, ‘항공기’ 등과 같이 용도가 제한적인 유체물이 목적어로 오는 경우에는 해당 유체물을 그 용도에 맞게 쓰는 사실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반면, ‘물’이나 ‘토지’ 등과 같이 용도가 폭넓고 물리적인 관리가 가능한 유체물이 목적어로 오면 여러 용도에 맞는 각각의 사실적인 행위는 물론이고 그러한 전체를 포괄하는 ‘활용’이라는 의미로까지 쓰이기도 한다. 또한 목적어가 ‘언어’, ‘표현’, ‘방법’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인 경우에는 이를 ‘활용 또는 적용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더 나아가 목적어에 어떠한 법적 권리가 오게 되면, 해당 권리를 관련 법령이 예정한 바에 맞게 ‘활용·이용한다’ 또는 ‘행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관세법령에서는 수입물품의 제조·판매 등을 위해 특허권·상표권 등 권리에 관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여 사용료를 지불한 경우, 해당 사용료를 ‘권리사용료’로 칭하면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가산하고 있는데(관세법 제30조 제1항 제4호, 관세법 시행령 제19조), 여기서의 ‘사용’은 특허권과 상표권 등 권리를 관련 법령이 예정한 방법에 따라 활용·이용 또는 행사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사용’이라는 용어는 그 객체인 목적어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미조세협약에서의 ‘사용’도 이러한 용례에 유의하여 정확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미조세협약상 ‘사용’이라는 용어가 특허뿐만 아니라 다른 무형자산 일체에 총체적·포괄적으로 조응하는 개념이므로 통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라는 다수의견의 논거는 타당하지 않다. 자동차의 ‘사용’과 자동차저당권의 ‘사용’에서 그 각 ‘사용’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령에 의해 등록을 요건으로 발생하는 권리의 ‘사용’과 그렇지 않은 무형자산의 ‘사용’은 그 태양과 성격이 달라 상이한 해석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즉 도면이나 비밀공정, 비밀공식, 지식, 경험, 기능(기술) 등과 같이 법령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가 아닌 경우에는 이를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가 ‘사실상’의 개념에 가까울 것이지만,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상표와 같은 법정된 권리의 경우 이를 사용하는 것은 해당 권리를 법령이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그 취지에 맞게 활용 또는 행사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라) 이상의 ‘특허’와 ‘사용’의 통상적인 의미에 비추어 보면,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은 관련 법령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특허권이라는 권리를 법령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활용·이용 또는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특허권을 법령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활용한다는 것은, 특허권자(licensor)의 입장에서는 특허발명을 직접 실시하거나 또는 해당 특허권에 대하여 전용실시권을 설정하거나 통상실시권을 허락하여 제3자로 하여금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하고, 실시권자(licensee)의 입장에서는 라이선스 계약으로 취득한 권리를 기초로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실시’는 특허발명인 물건을 생산하거나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그 물건을 양도 또는 수입하는 행위는 물론, 특허발명이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인 경우에는 그 방법에 의하여 생산한 물건을 양도 또는 수입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특허의 사용’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역설적으로 다수의견이 근거로 제시하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을 통해서도 이끌어 낼 수 있다.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는 사용의 대상을 ‘권리·자산·정보’로 들면서, 특히 그 단서 후문은 한미조세협약상의 ‘특허’를 염두에 두고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특허는 등록하지 않으면 행사, 즉 사용할 수 없다.’는 명제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을 ‘특허권을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활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특허권’이라는 개념을 그 보호대상에 불과한 ‘발명’(외국 특허기술)으로 임의로 전환시켜 양자를 동일시하는 견해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특허권자 등이 특허발명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친다(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22279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에 해당하는 ‘특허권의 활용’ 또는 ‘특허발명의 실시’는 등록 국가 내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반대로 국내에 존재하지 않거나 국내에서 효력이 없는 권리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상정할 수 없다는 것이 종전 판례 법리의 핵심이다.
이처럼 종전 판례가 ‘특허권 속지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의 의미를 해석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특허권은 법령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로서 그 효력이나 사용의 방법·태양 역시 법령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특허권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해당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상정할 수 있다. 이는 특허권 자체에 내재된 속성으로부터 도출되는 당연한 결론으로서, 한미조세협약에서 별도로 이에 관해 주의적, 확인적인 조항이 마련될 필요조차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종전 판례를 놓고, ‘한미조세협약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특허권 속지주의의 개념을 근거로 한미조세협약을 해석하여 부당하다.’거나 ‘특허권이 효력을 미치는 범위의 문제와 그 사용장소의 문제는 서로 무관한데 양자를 혼동하였다.’는 취지로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허권 속지주의’라는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권리로서의 성격
가) 특허권은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면서 제3자의 위법한 실시(침해)를 배제할 수 있는 독점적·배타적 권리이다. 이러한 속성이 특허권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특허권자는 제3자에 대한 라이선스를 통해 사용료(로열티)를 수취함으로써 이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료소득의 전제가 되는 특허권의 ‘사용’은 보호대상인 발명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이용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발명에 관한 독점적·배타적 지위를 이용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는 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에 열거된 무형자산들의 공통된 특징은 관련 창작물이나 표지, 정보[발명, 디자인, 고안, 저작물, 상표, 노하우(know-how) 등]에 독점성·배타성이 있다는 점이다. 가령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상표의 경우 관련 창작물이나 표지의 내용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만, 법령에 의한 보호로 인하여 독점성·배타성이 유지된다. 반면, 통상 ‘노하우’로 일컬어지는 비밀공정, 비밀공식, 지식, 경험, 기능(기술) 등은 해당 정보 자체의 비공개성으로 인하여 독점성·배타성이 유지된다. 이처럼 앞서 본 무형자산들이 독점성·배타성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에서 정한 무형자산의 ‘사용’ 역시 본질적으로 관련 창작물이나 표지, 정보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지위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의미하고, 사용료는 이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이 말하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외에서 이루어지는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은 특허발명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지위로부터 파생되는 이익을 누리는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이를 두고 특허권의 ‘사용’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을 벗어나면 특허권자 등은 특허실시에 관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위 영역 바깥에서 무단으로 그 발명이 이용되더라도 해당 특허권에 대한 침해로 평가되지 않고, 특허권자 등으로부터의 침해금지청구나 손해배상청구도 받지 않는다. 이는 등록된 국가 외에서는 특허권이 독점적·배타적 지위를 갖지 아니하고 그 보호대상인 발명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公共領域, public domain)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독점성·배타성이 흠결된 상태를 노하우(know-how)에 관하여 상정해 보면, 노하우가 어떠한 계기로 널리 공개되어 더 이상 ‘노하우’가 아니게 되는 상황과 유사하다.
특허권자인 미국법인의 관점에서 특허의 등록이 이루어지는 절차를 보면, 특허권 속지주의로 인하여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은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음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만일 미국법인이 미국에서 특허출원한 발명에 대하여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특허법상 보호를 받고자 한다면, 그 최초의 출원을 우선권 주장의 기초로 삼아「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 협약」(Paris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Industrial Property)에 따른 우선권을 주장하는 한편 위 협약이나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 및 우리나라 특허법에서 정한 관련 출원 절차를 준수하여 우리나라 특허청에서 특허심사를 받아 특허등록을 받아야 한다. 미국법인이 이러한 절차 등을 밟지 아니한 이상 출원 내용의 공개와 함께 해당 발명은 국외에서 공지(公知)된 상태에 이르게 되어 신규성이 부정되므로 특허등록이 불가능하게 된다.
(2) 요컨대, 공공영역에 있는 발명을 사실상 이용하는 데에 그칠 경우 이는 관련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지위로부터 비롯된 이익의 향유가 아니므로 특허권의 ‘사용’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 사건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은 우리나라에서 소외 회사의 승낙이 없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개된 상태였다. 그러므로 설령 원고가 국내 제조 과정에서 이를 사실상 이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한미조세협약상 특허권의 ‘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가 소외 회사와 이 사건 특허권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여 지불한 사용료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관한 대가일 뿐이다.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해서 이 사건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이 국내에서 독점성·배타성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3) 재무부 세제국 발간 「한-미조세조약해설」의 내용
다수의견은 한미조세협약의 조항 문언이나 조약 관련 합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을 살펴보더라도, 종전 판례와 같이 특허권 속지주의를 근거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 지급 자체를 관념할 수 없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한미조세협약에 쓰인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의 해석 및 특허권의 독점성·배타성 자체로부터 종전 판례 법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다수의견과 같이 보는 것은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고 평가된다. 다수의견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의 적용을 배제할 ‘문맥’의 실체가 불명확하다고 하지만,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과 관련하여 문맥을 파악하는 데에는 당시 협약 체결의 주무부처였던 재무부(세제국)가 가진 인식을 참고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무부 세제국은 1979년 한미조세협약이 발효된 후 약 3년이 경과한 1982. 12. 무렵「한-미조세조약해설」이라는 제목으로 한미조세협약에 관한 정부 차원의 공식 해설서를 발간하였다. 그런데 그 해설서 57면에는 사용료소득의 원천에 관하여, "한국법인의 수출제품은 이미 수출처인 서독에서 특허권으로 등록되어 있고 해당 특허권을 갖는 미국법인으로부터 그 실시권을 취득한 경우, 해당 실시권이 사용된 장소는 서독으로 되어 있으므로 해당 실시권의 대가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의 과세관계는 없게 된다."라는 내용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위와 같이 소개된 사례에 비추어 보면, 당시 재무부 세제국은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의 사용대가’를 특정 나라에 등록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의 대가인 것으로 분명히 인식하였고, 특허가 사용된 장소를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서독)로 파악하였으며, 특허권이 등록되지 않은 국가(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을 제조 과정에서 사실상 사용하는 것을 두고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으로 인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종전 판례의 법리와 같은 취지로서, 특히 위 해설서가 우리나라에서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의 국내원천 여부가 쟁점으로 처음 부각되기 한참 전에 분쟁당사자로서의 이해관계나 편견 없이 공식적으로 발간된 자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을 파악하는 데 유의미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 거래당사자의 법률행위 해석
1)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에 의하면, 특허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사용료만이 국내원천소득이 될 수 있다. 이는 이 사건 사용료의 지급과 이 사건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 서로 대가관계에 있어야만 국내원천소득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특허권의 등록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을 통한 ‘특허의 사용’이 설령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용료는 여전히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도 다수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사용한 문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용된 문언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양쪽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탐구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따라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20다243945, 24395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을 포함해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가 쟁점이 된 대부분의 사안에서 내국법인이 미국법인과 특허권 라이선스 등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미국법인과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이던 특허침해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특허침해분쟁은 통상 내국법인이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거나 미국 내에서 자회사 등을 통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구체적으로 미국법인이 ‘내국법인 또는 그 미국 자회사가 관련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판매하는 과정에서 미국법인이 보유한 미국 특허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그 제품의 수입금지를 요청하거나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내국법인은 그에 대하여 응소 등을 하거나 미국 특허상표청에 해당 미국 특허권에 대한 재심사를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결국에는 내국법인이 미국법인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고 미국 특허권에 관한 라이선스를 허여받는 내용으로 화해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쟁이 종결되는 수순을 거쳤다.
이러한 계약의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용료는 미국 특허법에 의해 부여된 이 사건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효력으로 인하여 관련 제품의 미국 내 수입과 판매에 지장이 생기자,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특허권에 대한 미국 내 실시를 허여받기 위해 지급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는 이 사건 특허권의 ‘미국 내 사용(실시)’에 대한 대가일 뿐 그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사건 사용료는 원고가 이 사건 특허권의 보호대상인 발명을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용하기 위해 지급된 것이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그 발명은 국내에서는 공공영역에 놓인 기술에 해당하였으므로 이를 이용하기 위해 특허권자인 소외 회사로부터 허락을 받을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3) 이처럼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문제는 해당 사용료가 무엇의 대가인지를 탐구하는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당사자들이 법률상 분쟁의 해결을 위해 주고받은 금전의 성격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쟁의 내용이 선결적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소외 회사 간 분쟁의 실체로부터 그들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이 사건 사용료가 ‘미국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대한 대가’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이 종전까지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를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보아 온 것은, 세법 분야에 그와 무관한 특허법 분야의 특허권 속지주의 개념을 함부로 끌어들인 결과라고 폄하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당 사안들에서 ‘특허권 속지주의’가 내국법인과 미국법인 간 특허침해분쟁과 그 해결을 위한 라이선스 등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연한 전제가 되었기에, 그에 맞추어 수수된 사용료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4) 다수의견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하고 국외 특허권자에게 그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공공영역에 놓인 발명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지급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해당 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볼 이유는 특별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계약은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는 쉽게 상정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내용이다. 이미 공개되어 누구든지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대가를 치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설령 어떠한 라이선스 계약에 외관상·형식상으로는 ‘공공영역에 놓인 발명의 사실상 사용’을 허여하는 듯한 내용의 문구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마찬가지로서, 그 계약에서의 사용료의 실질은 해당 발명의 사실상 사용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내국법인이 관련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거나 국내외 시장에서의 사업상 기회를 창출하고, 기술지원을 받기 위한 경제적 동기로 충분히 그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특허제도는 발명자에게 특허권이라는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에 대상 발명을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공개하여 사회 전체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제도로서,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은 해당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쉽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고 상세하게 그 설명 내용이 공개된다(특허법 제42조 제3항). 게다가 이 사건과 같이 미국법인이 특허발명을 스스로 실시하지 않는 특허전문관리회사(NPE, Non Practicing Entity)라면 기술지원을 받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내국법인은 원칙적으로 미국 등록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의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해당 발명을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을뿐더러, 이 사건과 같은 경우 내국법인이 연구개발 비용의 절감이나 기술지원 등의 목적으로 굳이 미국법인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 만일 공개된 내용만으로 그 발명을 실시할 수 없어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 등을 추가로 이전받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지급한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발명 자체의 사용대가라기보다는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 등의 이전 대가라고 보는 것이 거래당사자들의 의사를 비롯하여 그 실질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수반될 수도 있는 잠재적인 법적 위험 방지’라는 법률적 동기를 언급하기도 하나, 해당 특허기술은 국내에서 공공영역에 놓인 것이어서 이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데 수반될 법적 위험이라는 것은 애초에 상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말하는 법적 위험이란 결국에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에서의 특허침해 위험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즉 다수의견이 상정한 상황에서의 사용료는, 본질적으로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의 특허발명의 실시 대가 또는 그 발명을 구현할 노하우 등 별개의 비공개 정보를 이전하는 대가(앞서 본 대법원 2018두36592 판결 참조)이거나, 아니면 기술의 전수와 관련한 인적 용역의 대가 등에 해당할 따름이다.
요컨대, 다수의견은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사법상의 기본원칙을 들어 마치 순수하게 국내에서의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만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이 실제 존재할 수 있음을 전제로 논의를 이어가지만, 그러한 계약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라. 다수의견의 규범적·현실적 문제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수의견의 결론은 한미조세협약의 문언, 문맥 등을 고려한 해석에 부합하지 않고, 나아가 라이선스 등 계약을 체결한 미국법인과 내국법인의 의사에도 배치된다. 이하에서는 추가적으로 다수의견의 규범적·현실적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1) 한미조세협약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 야기
조약을 해석할 때에는 조약의 목적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한미조세협약은 그 조약명이나 본문의 내용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와 미국 간 국제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배분하여 이중과세를 회피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고, 사용료소득과 관련해서는 ‘사용장소’를 기준으로 과세권을 배분하는 사용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사용지주의는 본래 미국세법으로부터 비롯된 기준으로서 소득의 원천(源泉), 즉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의 근본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특허권 등 무형자산이 사용된 장소로 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만일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이나 문맥을 통하여 체약국인 우리나라와 미국이 공통적으로 인식한 조약상 용어의 의미를 충분히 도출할 수 있음에도, 조약에 그에 관한 정의가 없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을 근거로 각자 국내법에 따라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한다면, 이중과세의 회피라는 한미조세협약의 근본 목적은 그 달성이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조세협약에 직접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은 용어라고 하더라도, 그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나 문맥 등을 통하여 가급적 한미조세협약 내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이 갖는 의미나 문맥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국내법에 따른 해석을 취하는 손쉬운 길로 안주하기를 택한 다수의견은, 한미조세협약의 근본 목적을 간과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 국내법에 의한 조약배제(treaty override) 문제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과 그 문맥상 의미가 명확한데도, 다수의견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이를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사실상 국내법에 의해 조약의 적용을 배제하는 이른바 ‘조약배제’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국내법에 의한 조약배제가 허용되는지, 나아가 어떠한 조건에서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세계 각국은 법제에 따라 각기 다른 견해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 문제가 정면으로 논해진 바가 없다. 특별법 또는 신법 우선의 원칙 등 국내법 간 충돌의 문제와 동일한 기준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견해나, 조약준수 또는 신의성실 등 국제법상 기본원칙에 반하므로 조약배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 등이 여러 가지로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당초부터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가 정의되지 않았고 문맥상 의미도 파악할 수 없다면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의한 해석이 조약배제의 문제가 아님을 강변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본 ‘특허의 사용’의 통상적 의미 등에 비추어 위 조항의 신설을 통한 과세권의 확보는 조약배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기 이전에 조약배제의 허용 여부와 그 요건에 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어야 한다. 다수의견은 사실상 국내법에 의하여 조약이 배제되는 결과를 용인하면서도, 그 허용 여부 등에 관하여 별다른 고찰이나 논거 제시 없이 마치 조약해석의 문제에 불과한 것처럼 답변을 회피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3) 조약의 유동적 해석(ambulatory interpretation)의 한계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은 ‘이 협약에서 사용되나 이 협약에서 정의되지 아니한 기타의 용어는,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 그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바로 위 조항을 근거로 하여 한미조세협약에서의 ‘특허의 사용’이 갖는 의미를 2008년 신설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정확하게는 2010년 조문 이동 전까지 같은 조 ‘제9호’ 단서 후문이었다)으로부터 도출하고 있다. 이처럼 조약상 용어를 해석할 때에 조약 체결 시가 아닌 조약 적용 시의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을 유동적 해석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해당 용어의 문맥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허용된다. 양 체약국이 협약 체결 시 하였던 합의의 내용을 문맥을 통하여 엄연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까지 나중에 신설·개정된 국내법을 가지고 관련 용어를 달리 해석하는 것은, 협약의 해석이라는 명분으로 협약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OECD 모델조약 제3조의 주석 13문단(OECD, Model Tax Convention on Income and on Capital: Commentary on Article 3, paragraph 13) 역시 유동적 해석의 한계에 관하여, ‘조약에 정의되지 않은 용어를 후에 국내법에서 수정함으로써 조약을 부분적으로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조세 분야에서 ‘일방 체약국이 과세권 분배 규칙을 변경하여 자신의 세수를 증가시키려는 목적만을 위하여 국내법을 개정하는 경우’는 유동적 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 역시 유력하다.
모델조약 주석의 내용이 규범적 가치를 가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수의견이 취한 조약의 해석방법은 국제법상 허용되는 유동적 해석의 한계를 넘는다. 앞서 본 것처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문맥 등에 비추어 보면,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는 ‘특허의 사용’은 해당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함이 분명하다. 이러한 해석은 2008년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신설되기 훨씬 전인 1992년부터 판례(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6887 판결)로 확립되어 있었고, 2007년에도 재차 확인되었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8641 판결).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신설되었는데, 그 취지에 대하여 국세청이 발간한 「2009년 개정세법 해설」은 ‘대법원 판례(2005두8641)에 따라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사용대가에 대하여 과세할 수 없는 문제점을 입법적으로 보완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경과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나라에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신설된 것은 ‘일방 체약국이 과세권 분배 규칙을 변경하여 자신의 세수를 증가시키려는 목적만을 위하여 국내법을 개정하는 경우’에 명백히 해당하지 않는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을 토대로 유동적 해석을 취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될 필요가 있다.
만일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와 체결한 조세조약이라도 국내법의 개정을 통해 그 조약에서 정한 과세권 분배 규칙을 사후에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당사자는 자신의 조약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근거로서 자신의 국내법 규정을 원용할 수 없다.’고 정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제27조에 부합하지 않는다.
4) 사용료소득 원천 안분의 현실적 어려움
가) 다수의견에 따른 결론은, 관련 쟁송절차에서 국내원천소득의 안분계산이라는 어려운 후속 문제를 남긴다. 여기에 과세관청이 정당세액을 포함하여 과세요건사실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조세소송의 특징까지 보태어 보면, 개별 사건에서 종전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에 대하여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판례 변경으로 인하여 판례 변경 전과 비교하여 실제 유의미한 차이가 생길 것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나)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전체 사용료 중 ‘특허기술’이 ‘국내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것의 대가만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원고와 같은 내국법인이 미국법인과 라이선스 등 계약을 체결한 것은, 오직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원고 등 내국법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국외 제조공장에서도 제품을 제조하여 이를 국내외에 판매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대상 ‘특허기술’이 전적으로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만 사용된 것이 아닌 이상, 결국 전체 사용료 중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 ‘국내 제조·판매 등’ 사용에 대한 대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안분계산하여야 하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과세요건사실의 존부 및 과세표준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다(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두51031 판결 등 다수). 그러므로 국내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 대한 원천징수분 법인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국내원천 사용료소득의 지급금액이나 그 국내원천 사용료소득의 요건이 되는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 사용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는 점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과세관청이 그에 대한 증명을 충분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세관청은 ‘특허기술’이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용되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 사건이나 유사 관련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특허기술’은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고, 그 ‘특허기술’이 어떠한 제품의 제조 공정에 사용되었는지, 국내의 제조 공정에서만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국외의 제조 공정에서도 사용되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주장·증명하는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다. 설령 국내외 제조 공정별로 ‘특허기술’의 사용 여부를 구분하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사용료 중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대가 부분을 추려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국내외 제조 공정별 매출액, 영업이익, 제조원가 등 중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안분할 것인지, 아니면 그 ‘특허기술’을 통해 제조한 제품의 수를 기준으로 안분할 것인지,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한다면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것을 가지고 안분할 것인지 등과 같이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들이 다양하게 파생되어 발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세관청이 과도한 행정상 부담에 매몰되거나, 과세관청이 행여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사용료소득의 원천을 임의로 안분한 것은 아닌지를 놓고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연쇄적으로 생기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다) 대법원이 종래 많은 조세소송에서 개별·구체적 사안마다 증명의 난이, 공평의 관념 등을 감안하여 과세관청의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납세자에게 증명의 필요를 전환시키는 등의 판단을 하여 온 것은 사실이고,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 사안에도 그러한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증명책임 완화 등에 관한 법리는 어디까지나 예외이고, 그것이 조세소송에서 정당세액을 포함해 과세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과세관청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전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할 대상의 내용이나 그 소재, 성질 등을 종합하면, 위 증명책임 완화 등에 관한 법리만으로 과세관청이 전체 사용료 중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대가가 얼마인지를 충분히 증명해내기란 상당히 곤란해 보인다.
그 결과 판례 변경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에 대하여 국내에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개별 사안의 결론은 여전히 그대로일 수 있다. 이 경우 판례 변경의 의미가 크게 퇴색될 것이고, 오히려 사실심 법원에 불필요한 심리 부담만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다.
마. 판례 변경의 필요성
1) 판례란 해당 사건의 사안에 적용될 법령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대법원의 판단으로 장래의 재판에 대한 지침이 되고, 법규범의 수범자인 국민들도 판례를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다. 이러한 판례의 규범적 성격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려면 판례의 변경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정 쟁점과 관련하여 오랜 기간 동안 일정한 방향으로 판례가 확립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확립된 판례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종래의 견해가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 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거나 해당 법령의 취지를 현저히 벗어나게 되는 등 이를 바꾸는 것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지며 그로 인하여 법적 안정성이 희생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명백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법적 견해가 다소 낫다거나 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막연한 이유만으로 확립된 판례를 바꾸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타당하지 않다.
2)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데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종전 판례의 법리는 한미조세협약에 쓰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및 조세조약의 목적을 비롯하여 특허권의 성격 등을 통해 도출되는 문맥에도 부합하는 등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법리는 1992년 처음으로 선언된 이래 현재까지 30여 년간 확고하게 유지되어 왔고, 심지어는 정부가 2008년 그 해석을 바꾸기 위해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을 신설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종전 판례가 이제 와서 시대와 상황 변화에 따라 정의 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다거나 한미조세협약 관련 조항 취지에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반면, 다수의견이 종전 판례에 의해 장기간 유지되어 온 법적 안정성을 희생시킬 정도로 훨씬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이 최근인 2022년까지도 종전 판례와 같은 결론을 냈음에도 새로운 견해가 압도적으로 우월함이 제대로 논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바.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종전 판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사용료는 국내 미등록 발명에 대한 사용료로서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한미조세협약상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노경필의 보충의견
가.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관하여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이 있다. 이 사건은 한미조세협약상 ‘소득 있는 곳’을 정하는 사건이다. 한미조세협약은 소득 유형별로 소득 원천지 판정 기준을 정한다. 그중 무형자산의 사용료소득에 관한 제6조 제3항은 무형자산의 사용지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한다. 무형자산의 사용지를 판단하려면 ‘사용지’ 또는 ‘사용’의 의미를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조세협약은 이에 대한 정의를 두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제2조 제2항 전문은 협약에 정의되지 않은 용어는 ‘그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이하 ‘체약국법’이라 한다)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가지도록 규정한다. 이 사건에서 체약국법은 우리나라 법, 구체적으로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다. 이 규정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된 경우 우리나라를 사용지로 본다는 취지이다. 여기까지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은 체약국법에 따라 해석한다는 원칙에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unless the context otherwise requires)’이라는 예외를 둔다. 따라서 체약국법의 내용이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면 그 규정에 따른 해석은 배제된다. 이러한 문맥의 존재를 소극적 요건으로 규정한 문언 체계상 그 문맥의 존재와 내용은 원칙대로 체약국법이 적용되는 것을 배제하려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 그 문맥이 확인되지 않거나 불명확하다면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이 정한 원칙으로 돌아가 체약국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른 해석을 배제할 정도로 한미조세협약상 문맥이 명확하게 확인되었는가? 그것이 이 사건의 핵심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입장이 갈라진다.
반대의견은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을 법령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활용·이용·행사하는 것을 의미하고,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그러한 사용은 오로지 특허등록 국가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사용대가의 지급은 상정할 수 없다고 한다(이상과 같은 입장을 편의상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이라 칭한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내용이 마치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인 것처럼 보는 듯하다.
그러나 한미조세협약 어디에서도 이러한 문맥을 도출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 한미조세협약은 ‘특허의 사용’이라고만 할 뿐 이를 따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 구체적 의미에 대해 침묵하거나 중립적 태도를 취할 뿐이다. 협약 체결 당시 이 문제에 관하여 양국이 합의한 관련 문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양 체약국이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과 같은 의미로 ‘특허의 사용’을 공통적으로 이해하였거나 의도하였음을 알 수 있는 그 밖의 자료도 확인되지 않는다. ‘문맥’의 개념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존재하나, 어느 견해에 따르더라도 반대의견이 말하는 바와 같은 문맥의 존재와 내용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문맥과 관련하여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유일한 자료는 1982년 우리나라 재무부 세제국이 발간한「한-미조세조약해설」이다. 이 해설서는 구 서독으로의 수출과 관련된 가상 사례를 짧게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해설서는 작성 과정에서 양 체약국의 공통된 의도가 반영된 자료로 볼 수 없다. 이 해설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거나 공식 입법자료에 준하는 공적인 무게와 권위를 가지는 자료도 아니다. 시간적으로 보더라도 한미조세협약이 체결된 1976년으로부터 약 6년 후에야 비로소 발간되었다. 사례의 내용도 지나치게 간략할 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판매가 아니라 특허등록 국가로의 수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면 한미조세협약에 관한 미국 재무부 주석서인 기술적 설명(technical explanation)에는 반대의견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위 해설서의 존재만으로는 반대의견이 말하는 바와 같은 문맥이 명확하게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한미조세협약 체결 전후의 입법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입법자들은 한미조세협약상 사용료소득의 원천지 판정 기준을 지급지주의로 잘못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1974. 6. 14. 자 제47회 국무회의 상정안건 의결자료, 1976. 12. 3. 자 제96회 국회 외무위원회 회의록, 1976. 12. 16. 자 제96회 국회 본회의 회의록 등 참조). 지급지주의는 지급하는 자의 거주지국을 소득 원천지로 보는 입장이다(이 점에서는 ‘지급자주의’라 칭할 수도 있다). 이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의 소득 원천지는 우리나라가 된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반대의견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결론이다.
또한 지급지주의와 사용지주의를 병용하는 미중조세조약 제11조에 관한 기술적 설명(technical explanation)에서의 ‘사용지’ 관련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중국 거주자가 제3국 법인에 특허권에 관한 실시를 허여하고 제3국 법인은 미국 내 사용을 위하여 해당 특허권에 관한 재실시를 허여한 경우, 미국에 특허권이 등록되지 않았어도 사용지인 미국이 원천지가 된다는 설명이 있다. 그중 특허권이 등록되지 않은 미국도 사용지가 될 수 있다고 언급된 부분은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국가는 애초에 사용지가 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의 입장과는 잘 맞지 않는 설명이다. 물론 이는 한미조세협약 자체에 관한 자료는 아니다. 하지만 사용지주의와 특허등록의 관계에 관한 미국의 이해를 단편적으로나마 추단할 수 있는 자료이다.
반대의견이 말하는 문맥의 불명확성은 종전 판례의 전개 과정에도 잘 나타난다.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은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6887 판결에 최초로 등장하였다. 이후 같은 입장이 반복되자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의 의미를 사실상 사용으로 규정하는 취지로 법인세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개정 후에도 대법원은,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에 따르면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외에서는 특허권의 침해가 발생할 수 없어 이를 사용하거나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관념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두18356 판결 등 참조). 그러면서도 이러한 내용이 문맥과 과연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두42883 판결에 이르러서야 "한미조세협약의 문맥과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고려할 때"라는 표현이 부가되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도 문맥의 실체나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엄밀히 말하면,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은 한미조세협약의 문맥(context)에 충실히 기초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는 반대의견이 나름대로 이해하는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text) 자체 및 한미조세협약 바깥의 특허법 분야 원칙인 특허권 속지주의에 근간을 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반대의견 스스로도 "이는 특허권 자체에 내재된 속성으로부터 도출되는 당연한 결론으로서, 한미조세협약에서 별도로 이에 관해 주의적, 확인적인 조항이 마련될 필요조차 없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이 이처럼 자명하거나 "당연한 결론"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은 나중에 살펴보듯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반대의견이 특정한 의미에만 집중하여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정의되지 않은 용어의 의미 해석을 원칙적으로 체약국법에 맡기는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이나 이러한 원칙에 따라 특허 사용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규정한 구 법인세법에 반한다. 특허권 속지주의에 따라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그 사용도 상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의 논리 역시 조세법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한미조세협약상 ‘사용’이라는 개념을 이와 잘 어울리지 않는 특허법 분야의 원칙을 끌고 들어와 뚜렷한 근거 없이 제한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의 논쟁 상황도 반대의견의 입장이 당연하다고 말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과세당국은 오랫동안 반대의견과 다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왔다. 학계에서도 종전 판례에 대해 상당한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반대의견과 같은 입장이 미국에서 확립된 견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자마다 이해하는 바가 다르지만, 적어도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떤 확립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데에는 대체로 견해가 일치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이 난공불락의 확고한 견해라 할 수 없으므로 그 타당성은 이제 면밀하게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나.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에 관하여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의 타당성을 검토하기에 앞서, 다수의견의 용어 사용에 대한 반대의견의 비판에 관하여 입장을 밝힌다. 다수의견이 ‘특허’와 ‘특허권’을 혼용한 것은 한미조세협약의 국문본은 ‘특허’, 구 법인세법은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각각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이 ‘국내 미등록 특허’가 아닌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대법원이 종래부터 이 용어를 일관되게 사용하여 왔을뿐더러, 구 법인세법도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점을 존중하고, 이 판결에서만 다른 용어를 사용할 경우 혹시 생길지 모르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국내 미등록 특허권도 외국에 엄연히 정식으로 등록된 특허권임을 떠올리면 종전 판례와 같이 ‘특허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특허발명’ 또는 ‘발명’을 편의상 ‘특허기술’로 약칭한 것은 설명의 보편성과 직관적 이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는 특허법이 ‘기술의 발전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점(특허법 제1조), 발명이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기술을 핵심 개념 요소로 하는 점(특허법 제2조 제1호), 발명진흥법도 발명을 ‘특허기술’로 약칭하는 점(발명진흥법 제34조)도 함께 고려한 결과이다.
1) ‘특허의 사용’의 의미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의 출발점은 ‘특허의 사용’을 ‘특허권의 특허법상 실시’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 의미로부터 도출된다고 한다. 그 논거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하나의 용어는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고 그 사용 맥락에 따라 특정 의미가 강조될 수 있다. 둘째, 용어의 의미는 짝을 이루거나 관련성을 가지는 다른 용어들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셋째, 용어의 의미는 그 용어가 문제 되는 법 영역의 맥락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
가) 다의적 개념으로서의 ‘특허’
‘특허’는 행위, 권리, 객체 등 다양한 측면과 결부된 다의적 개념이다. 첫째, 특허는 특허요건을 갖춘 발명에 특허권을 설정하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행위 측면). 둘째, 특허는 특허권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권리 측면). 셋째, 특허는 이러한 행정행위를 통해 보호대상이 된 발명(다수의견은 이를 ‘특허기술’이라 표현하였다)을 지칭하기도 한다(객체 측면). 반대의견은 그중 앞의 두 측면만 특허의 사전적(辭典的) 의미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의 견해와 달리 특허(patent)의 사전적 의미 가운데 위 마지막 측면인 특허발명(patented invention)을 포함시키는 예도 있고[상대방 체약국인 미국에서 발간된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 사전 참조], 일상적 용례도 그러하다.
일반적으로는 ‘특허’가 ‘특허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특허의 효력이 등록국에만 미친다.’거나 ‘그가 내 특허를 침해했다.’고 말할 때의 ‘특허’는 ‘특허권’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그에게 내 특허를 쓰게 했다.’거나, ‘특허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했다.’고 말할 때의 ‘특허’는 ‘특허기술’로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와 같이 ‘특허’라는 용어가 지닌 다양한 의미 중 어느 것이 전면에 드러나는지는 그 용어가 사용되는 맥락, 예컨대 ‘효력’ 또는 ‘침해’의 맥락인지, ‘실시’ 또는 ‘사용’의 맥락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나) 한미조세협약상 무형자산으로서의 ‘특허’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관련된 ‘특허의 사용’의 의미에 관하여는 다음 두 가지 문제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에서 무형자산으로 열거한 ‘특허’에 해당하는가(무형자산 적격의 문제), 둘째, 그 특허가 ‘사용’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사용 개념의 문제)이다.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의 판단은 ① 소득의 유형을 그 성질에 따라 분류하고(소득 구분), ② 해당 소득의 원천지가 국내인지, 국외인지 판정(원천지 판정)하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 사건과 같이 국내 미등록 특허권으로부터 발생한 소득이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에서의 사용료소득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려면 우선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 위 조항이 무형자산으로 규정한 ‘특허’의 범주에 속하는지를 가려야 한다.
무형자산으로서의 ‘특허’는 어느 국가에서든 특허등록을 갖추어 적어도 그 국가에서는 독점적·배타적 효력을 가질 것을 전제로 한다(이 점에서 구 법인세법이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입법적 오류가 아니다). 즉 특허기술에 대해 일방 체약국에서 특허등록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무형자산으로서의 ‘특허’에 해당한다. 반면 특허등록이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기술은 다른 무형자산으로 분류될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특허’의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았을 때 국내 미등록 특허권은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미국 등 외국에 등록된 특허권이기도 하므로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소득도 같은 조항이 정한 사용료소득으로 구분된다.
다) ‘특허의 사용’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
소득 구분을 위한 무형자산 적격을 판정하는 단계를 거쳤다면, 그다음으로 원천지를 판정하는 단계로서 특허의 ‘사용지’가 문제 된다. 이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허의 ‘사용’의 의미가 규명되어야 하고, ‘사용’과의 상관관계에서 사용 대상인 ‘특허’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다시금 살펴보아야 한다. 이때 ‘특허’가 ‘사용’과의 상관관계에서 진정 의미하는 바로서 도출되는 내용은 ‘특허’가 무형자산으로 갖추어야 할 자격을 논하는 국면에서 파악된 의미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반대의견은 이 단계에서도 ‘특허의 사용’에서의 ‘특허’가 여전히 ‘특허권’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집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굳이 ‘임대인의 집의 소유권을 사용하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럽다. 물론 ‘특허권을 사용’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화자(話者)의 자유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 표현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놓친 채 잘못 이해된 의미로 쓰여서는 아니 된다. ‘특허의 사용’은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소득을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특허법의 태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특허법에는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개념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특허법은 ‘특허권’이 아니라 ‘발명’을 실시 대상으로 규정한다(제2조 제3호, 제94조 등 다수). 나아가 특허법 제29조 제1항 제1호는 특허출원 전 발명 실시, 제96조 제1항 제1호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의 특허발명 실시에 관하여 규정한다. 이는 발명의 실시 또는 사용이 특허등록이나 특허권의 효력과 필연적으로 연계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관련 법률의 태도도 그러하다. 저작권법과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실용신안법 등은 ‘사용’ 또는 ‘이용’의 객체를 저작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이 아니라 저작물, 상표, 디자인의 대상이 된 물품이나 화상, 고안에 관한 물품 등으로 규정한다(저작권법 제46조,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디자인보호법 제2조 제7호, 실용신안법 제2조 제3호 등 참조). 민법도 제211조에서 ‘소유권의 내용’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로 규정하면서도 그 대상을 ‘소유물’이라 표현한다.
현행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다)목도 "특허권 등이 국내에서 등록되지 아니하였으나 그에 포함된 제조방법·기술·정보 등이 국내에서의 제조·생산과 관련되는 등 국내에서 사실상 실시되거나 사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사용 대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서 진일보한 것으로서 ‘특허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그 사용 대상은 특허권 자체가 아니라 특허기술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반대의견은 관세법령에서 ‘권리사용료’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점(관세법 시행령 제19조)을 지적한다. 그러나 관세법 제235조 제5항 제5호가 ‘특허로 설정등록된 발명을 사용하여 제1항 제5호에 따른 특허권을 침해하는 물품’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음도 살펴야 한다. 이 문언은, 발명은 사용 대상이고 특허권은 침해 대상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은 ‘권리사용료’가 아닌 ‘기술사용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같은 조 제3항은 ‘특허등록 전에 그 기술을 미리 사용하거나 산업화하는 것’에 관하여 규정한다(「수산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시험연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도 같은 취지이다). 이 역시 사용 대상이 기술임을 전제로 한 입법례이다.
이처럼 사용 대상을 특허기술로 이해하는 관점은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내용 및 체계에도 부합한다. 이 조항은 ‘특허’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열거된 모든 ‘무형자산’에 관하여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이다. 따라서 이 조항에서 말하는 ‘사용’은 특허뿐만 아니라 함께 열거된 무형자산 전체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에 해당한다. 이러한 무형자산에는 특허처럼 등록을 요건으로 하는 것도 있으나, 저작권, 도면, 비밀공정 또는 비밀공식, 지식, 경험, 기능 등과 같이 등록과 무관한 것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사용’은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무형자산이 가지는 재산적 가치를 소득으로 전환시키는 경제적 활동을 포착하여 과세권의 귀속을 정하기 위한 조세법적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특허의 사용’ 역시 다른 무형자산의 ‘사용’과 마찬가지로,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소득을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이 이 조항의 ‘사용’을 보다 보편적이고 통일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길이다.
2) 특허권 속지주의와 이 사건의 관계
이상과 같이 ‘특허의 사용’을 ‘특허기술의 사실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나면, ‘특허의 사용’이 ‘특허권의 독점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의 특허법상 실시’임을 전제로 하는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반대의견은 문언적 의미 외에도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속성에 기초한 특허권 속지주의 적용을 또 다른 논거로 강조하고 있으므로 그 타당성도 살펴본다. 이를 위해 우선 다수의견은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속성이나 그 독점적 효력 범위의 지역적 제한에 관한 특허권 속지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 다수의견이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특허법 분야의 원칙을 이와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조세법적 문제에 기계적·형식적·분절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소득에 대한 과세권의 소재가 문제 된다. 한미조세협약이 취한 사용지주의는 ‘무형자산의 독점적 보호’가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무형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소득으로 실현하는 경제적 활동’이 일어나는 곳을 기준으로 과세권의 소재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활동은 특허가 등록된 곳이 아니라 특허기술이 실제로 활용된 곳에서 일어난다. 해당 장소의 인프라, 자원, 노동력 등이 특허기술과 결합하여 제품 생산 등으로 이어짐으로써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소득이 발생하였다면, 그 소득에 대한 과세권은 그 장소를 관할하는 국가가 행사하겠다는 것이 사용지주의의 취지이다. 이때 그 소득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의 특허법상 실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외에서 단지 채권적 효력을 가지는 계약상 라이선스에 기한 것인지는 전혀 구별할 이유가 없다.
어떤 소득이 발생한 원인관계가 적법·유효하지 않은 경우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로 인한 소득을 지배·관리하여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태도이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3누123 판결 등 참조). 하물며 특허기술 활용이 적법·유효한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대가가 실제로 수수되는 경우에 과세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한미조세협약의 양 체약국은 모두 실질과세원칙을 채택하여 ‘경제적 실질’에 의한 과세를 중시한다. 특허의 사용지도 ‘경제적 실질’의 관점에서 판단함이 옳다. 그렇다면 특허등록이라는 법적 형식이 갖추어진 장소보다는 특허기술의 재산적 가치를 실제로 구현하는 경제적 활동(제조, 판매 등)이 이루어진 장소를 기준으로 사용지를 판정하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의한 과세에 더 부합한다.
그 외에도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특허 사용지와 특허 등록지를 일치시킴으로써 사용지주의를 사실상 ‘등록지주의’로 치환한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특허권의 효력 문제와 특허의 사용 문제를 기계적으로 연계한다. 이는 특허가 사후적으로 무효로 확정되어 처음부터 특허권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되더라도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에 상응하여 받은 실시료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 42673 판결의 취지와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 특허기술이 등록 국가에서는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을 갖춘 기술로서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데도, 등록 국가 바깥에서는 특허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기술 자체의 재산적 가치를 부정한다. 등록 시기와 장소의 우연성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예컨대 특허출원 중 특허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받아 활용하다가 도중에 특허등록이 이루어진 경우, 경제적 실질과 무관하게 등록 순간 사용지가 변경된다고 보게 된다. 한미 양국 간 라이선스 거래에서도 특허 등록지가 제3국이면 사용지는 우리나라도 미국도 아니게 된다. 복수 국가에 특허등록된 경우에는 결국 실제 사용지 기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애써 외면한다.
무엇보다도 반대의견의 근본적 문제점은 특허권 속지주의로부터 ‘등록지 외 사용은 상정할 수 없다.’는 명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노정되는 논리적 비약이다.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권의 효력에 지역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의 특허기술 사용 자체를 상정할 수 없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특허기술의 사용을 촉진하는 것은 특허법의 중요한 목적이고(특허법 제1조 참조), 특허권은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인센티브로 부여된다. 특허권에 기하여 특허권자는 제한된 기간과 지역 내에서만 실시권을 독점할 수 있다. 하지만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도 특허기술의 사용 자체는 가능하고, 이는 오히려 촉진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사용에 대가를 지급할 것인지는 거래당사자가 정할 문제이지 특허법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반대의견은 특허권의 효력이나 침해와 관련된 특허권 속지주의에 얽매여 이를 ‘특허의 사용’에까지 확장한 나머지,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의 특허 사용은 애초에 상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는 특허권 속지주의를 이와 전혀 무관한 ‘특허의 사용’ 문제와 결부시키고자 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라이선스 계약에 관하여
반대의견은 특허권에 의한 보호와 무관하게 국내에서의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만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은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쉽게 상정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내용이고, 그러한 계약은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국내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는 특허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국내 사용만을 위한 계약 체결이나 사용료 지급은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이러한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그 계약에 나타난 거래당사자의 의사를 살펴보면 이때의 사용료는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특허등록 국가에서의 사용료에 해당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의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1)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이 현실에서 존재할 가능성
시장(market)에서는 거래당사자가 법관보다 현명하다. 그들이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대체로 그와 같이 이르게 된 합당한 이유가 있다. 법관은 거래당사자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여겨 체결한 계약을 두고 비정상적인 내용이라거나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계약 대상이 무엇인지, 그 대상의 사용지를 어디로 상정할 것인지, 그 계약 대상에 대가를 지급할 만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지 등은 계약 당사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이는 계약자유 원칙의 영역이고,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속성이나 특허권 속지주의 등의 강행적 지배를 받는 영역이 아니다.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도 마찬가지다.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을 위한 계약은 실제로 빈번하게 체결되고 있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가) 우선 반대의견의 기저에는 특허권의 내용과 범위(지역적 효력 범위 포함)가 명확하게 판정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유형자산과 비교할 때 무형자산에는 더 큰 불명확성과 유동성이 수반된다. 역사적으로 무형자산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권리 보호 범위는 끊임없이 변동하여 왔다. 무형자산의 독점적·배타적 보호의 시간적, 장소적, 내용적 범위에도 유형자산보다 훨씬 큰 불명확성이 상존한다. 예컨대 어떠한 실시 형태가 특허권의 보호 범위 내지 효력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는 이를 둘러싼 관련 쟁송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거래당사자는 무형자산을 둘러싼 거래를 할 때 이러한 불명확성을 최소화하는 보수적인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유인을 가진다.
예컨대 ‘인생 이야기에 관한 권리(life story rights)’는 아직 법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개념임에도 미국에서는 드라마 등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널리 공개된 타인의 이야기인 경우에도 그 이야기를 사용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약정(life story rights agreement)이 체결되곤 한다. 또한 무형자산의 일종인 데이터(data) 역시 민법상 ‘물건’에 포함되지 않고 데이터에 특유한 독점적·배타적 권리가 부여되지 못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재산적 가치 있는 자산으로 취급되어 라이선스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모두 무형자산 또는 무형적 이익에 관한 불명확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려는 유인과 관련된다.
나) 이상에서 살펴본 무형자산의 불명확성과 이에 따른 위험을 감안하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경우에도 잠재적인 법적 위험이 있을 수 있어, 거래당사자로 하여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국내 미등록 특허권자가 우리나라에 특허를 출원하고 조약상 우선권을 주장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특허법 제54조 제1항, 제2항 참조). 국내 당사자가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그 행위가 미국 특허법상 유도침해[미국 특허법 제271조 (b), Global-Tech Appliances, Inc. v. SEB S. A., 563 U.S. 754 (2011) 참조]에 해당하는 경우 등에도 특허침해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그 특허기술 활용에 관하여 민법이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법적 위험이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는 법적 배경을 이룬다.
다)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도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은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특허기술의 공개와 그 특허기술의 실제 사업화를 통한 소득 창출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특허의 핵심 내용이 명세서 등으로 공개되었다고 해서 누구나 해당 기술의 사업화를 최상의 효율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원인들이 특허출원 시 발명의 핵심 기술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기술하여 경쟁업체의 모방을 방해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도 현실에서 존재한다. 해당 기술이 복잡하여 그 구현 방법을 명확히 기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때에는 명세서 기재요건 위반 여부 등이 문제 될 수 있지만, 거래당사자로서는 굳이 이를 문제 삼는 대신 협상을 통해 적절한 사용료로 라이선스를 받아 해당 기술을 사업화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명세서 등의 기재가 불명확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기재된 기술을 상업적 결과물로 구현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고 시행착오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업화 과정에서 특허권자에 의하여 제공되는 세부 기술 지원과 자문은 이러한 시간과 노력, 시행착오를 단축하여 신속한 시장 진입 또는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획득되는 선도적 지위는 시간과 타이밍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특허권자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공동 연구개발 및 기술 상호제휴 필요성,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국내 등록 특허권을 아우르는 집합적 라이선싱의 편의성, 표준특허 준수 필요성 등 다양한 동기와 이유로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된다. 현실적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에 특허등록을 할 수 없는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도 투자금 회수나 수익 극대화, 글로벌 시장 확대 등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이러한 라이선스 계약의 체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2)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을 위한 대가일 가능성
반대의견은 설령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만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그 사용료의 실질은 특허기술의 사용대가일 수 없다고 한다. 미국 내 특허침해분쟁을 계기로 체결된 이 사건 계약의 사용료도 ‘미국 내 사용(실시)’에 대한 대가일 뿐 그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계약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그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미국 내 특허침해분쟁은 단지 이 사건 계약 체결의 배경일 뿐이다. 더욱이 이 사건 특허권 40개 중 특허침해분쟁이 있었던 것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 특허침해분쟁을 계기로 체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허권 전체에 관한 대가가 오로지 미국 내 사용에 대한 대가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무엇보다도 이는 이 사건 사용료소득의 발생 근거인 이 사건 계약의 명시적인 문언에 반한다.
대법원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처분문서에 의한 계약에서 문언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6601 판결 등 참조). 이는 비교법적으로도 널리 받아들여지는 보편적 태도이다. 거래에 대한 숙련도와 전문성을 갖춘 당사자 간의 계약에서는 문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들은 상당한 정도의 정보력, 판단력, 협상력을 갖춘 상태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문언에 정확하게 담아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사건 계약서는 자세하고 체계적인 내용으로 작성되었다. 이 사건 계약 당사자는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미국의 특허관리회사였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특허나 조세 등 관련 법 영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크다. 그 성과물로 탄생한 이 사건 계약은 라이선스의 지역적 범위를 ‘전 세계’로 명시하였다. 라이선스로 허용되는 행위 유형도 ‘제조, 사용, 판매, 판매 제안, 수입, 수출 또는 그 밖의 처분’이라고 광범위하게 정하였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화 160만 달러가 일시불로 지급되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처분문서의 기재와 달리 오로지 ‘미국’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의 ‘판매’에 대한 대가로만 위 사용료를 책정하여 지급하였다는 것이 거래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야말로 문언으로 명확하게 표현된 거래당사자의 의사를 제쳐둔 채 법원이 임의로 계약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과 다름없다.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이 설령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만을 내용으로 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외형상 존재하더라도, 그 계약은 실질적으로는 특허의 사용에 관한 계약이 아니고 그와 별개인 노하우 이전 등에 관한 내용의 계약으로 볼 수 있을 따름이라고 부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특허와 노하우 등이 불가분적인 포괄적 패키지 형태로 라이선스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에 의하면 이러한 일체의 라이선스 대상을 ‘특허’와 ‘노하우’로 구별한 뒤 전자는 미국, 후자는 우리나라를 사용지로 보아 과세권을 다르게 배분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의 의사나 계약의 실제 모습에 비추어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라. 반대의견의 기타 논거에 관하여
반대의견은 그 밖에도 국내법에 의한 조약 배제, 유동적 해석의 한계 등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다수의견을 비판한다. 그러나 이 논거들은 모두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이 타당하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이 입론이 타당하지 않은 이상 반대의견이 추가로 제시한 논거들의 당부는 굳이 반박할 필요가 없다. 반대의견은 판례 변경 필요성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다수의견의 입장처럼 ‘특허의 사용’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한국에 과세권이 인정된다는 법적 결론에 이르는 경우에도 여전히 판례 변경 필요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의견은 판례 변경 필요성에 대해 말하지만 결국에는 종전 판례의 타당성 존부와 정도에 대한 입장이 다수의견과 다르다는 점을 그저 반복하여 말하고 있을 뿐이다. 판례 변경 필요성에 관한 일반론(이에 관해서는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 및 반대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 참조) 차원에서 보더라도, 우리 과세당국이 오랫동안 일관되게 취하여 온 입장이나, 지금까지 원천징수 형태로 해당 사용료소득에 대한 과세가 일단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현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번 판례 변경이 감내하기 어려운 예측 가능성 내지 신뢰 침해를 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 밖의 부수적 논거들도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의 타당성에 관한 결론을 좌우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견에 대한 현실적 우려를 담고 있으므로 아래에서 답변한다.
1) ‘한미조세협약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 야기’에 관하여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이중과세의 회피라는 한미조세협약의 목적에 반한다고 한다. 조약의 목적이 조약 해석에 고려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조약의 목적은, 조약 자체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목적과 개별 조약 조항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목적 등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다. 이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직접적으로 해석 대상이 되는 개별 조항의 목적이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19다255416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이 사건에서는 소득 원천지 판정과 관련하여 ‘특허의 사용’ 또는 ‘특허의 사용지’의 의미가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용지주의를 채택한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의 목적이다. 사용지주의는 ‘소득의 원인이 된 경제적 활동이 있는 곳에서 과세한다.’는 목적을 반영하는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해석을 하였을 따름이다.
이중과세의 회피라는 한미조세협약의 일반적 목적도 이러한 해석에 장애가 될 수 없다. 조세조약은 조세 법제와 정책이 국가마다 달라 이중과세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체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미조세협약은 이중과세와 관련하여 외국납부세액 공제(제5조 제2항), 양 체약국의 권한 있는 당국에 의한 공통의 원천 확정(제6조 제9항), 상호합의절차(제27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양 체약국의 법원은 각국의 법률이나 한미조세협약에 관하여 최선의 해석에 이르기 위해 노력함이 마땅하겠으나, 설령 그 해석 결과가 상이하여 이중과세가 현실화되더라도 위와 같은 제도 및 절차 등에 따라 해결하면 충분하다. 양 체약국의 법원이 생각하는 객관적이고 정당한 해석을 뒤로 한 채 이중과세의 여지를 무조건 없애는 방향의 해석을 취하는 것이 한미조세협약의 목적 또는 이를 적용할 때의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2) ‘사용료소득 원천 안분의 현실적 어려움’에 관하여
이 사건의 쟁점은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에 기초한 종전 판례의 타당성이다. 판례를 변경할 경우 어떤 기준에 따라 사용료소득을 국내원천소득과 국외원천소득으로 안분할지는 이 판결에서 직접 다루는 쟁점이 아니다. 또 그러한 안분 기준의 내용에 따라 판례 변경의 타당성에 관한 이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안분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의견을 밝힌다.
안분 문제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조세법 분야 일반(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9항, 제40조,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1두8728 판결,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두819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다른 법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종전 판례에 따르더라도 안분의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국내 등록 특허권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라이선스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종전 판례에 따르더라도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국내 등록 특허권을 일일이 구분한 뒤, 전체 사용료소득에서 전자와 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개별적으로 분간하여야 한다. 여기에다가 노하우 등 다른 정보가 라이선스 대상에 포함되면 안분 작업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러한 안분 문제는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이라는 이념이 다양한 금전 관련 사건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법원이 실무에서 빈번하게 직면하는 일상적 어려움일 따름이다. 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가장 합리적인 기준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판례 변경 후 새로운 기준에 따라 국내원천소득과 국외원천소득을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 만일 계약 내용에 따라 전체 사용료 중 국내 및 국외 제조·판매분이 각각 바로 도출될 수 있다면 안분의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사실심 법원이 합리적인 기준을 모색하면서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하면 이로써 충분하다. 이 문제에 관한 기준을 찾거나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궁극적으로 증명책임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국내원천소득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 배분 기준은 장차 실무에서 순차적으로 정립해 나가야 할 문제로서 이 사건에서 정면으로 다룰 쟁점은 아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국제법상 상호주의 원칙이나 미국의 합리적 수용 가능성 등에 비추어, 상대방 체약국인 미국의 입장을 살펴보는 것도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자 한다. 미국 판례나 국세청(IRS)의 행정해석은, 사용료소득에 국외원천소득과 국내원천소득이 혼재하는 경우 납세자가 국외원천소득에 해당하는 부분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사용료소득 전액이 국내원천소득, 즉 미국원천소득으로 본다는 입장을 취하고, 이는 미국 학자들에 의해서도 대체로 지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참고하여 증명책임 분배의 모습을 예시해 본다. 우선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을 지는 과세관청은 과세요건, 특히 국내원천소득 여부와 관련하여 ‘소득의 국내 관련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정하듯이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포함된 특허기술이 국내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는 사정을 말한다. 이러한 사정이 증명되고 나면 그 특허에 관한 사용료소득은 일단 그 전액이 국내원천소득으로 사실상 추정된다. 이를 번복시키려면 납세자는 해당 사용료소득 중 일부가 국외 사용분에 상응하는 것이어서 국외원천소득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대법원이 그동안 원칙적으로는 과세관청에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거나 증명의 필요성을 전환하는 등으로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해 온 점이나, ‘소득의 국내 관련성’을 증명할 자료나 정보는 과세관청이 아니라 납세자에 편재하여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이 사건의 쟁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명제를 다루고자 하는 데 있지 않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된 조세조약의 문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 될 뿐이다. 대법원은 한미조세협약의 효력이 발생된 이래 종전 판례와 같이 일관되게 해석하여 왔는데, 다수의견은 별다른 논거나 사정변경 없이 이제 보니 그동안 취해 온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해석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변경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과연 이 사건이 그러한가.
아래에서는 반대의견을 보충하고, 다수의견 및 다수 보충의견이 종전 판례가 잘못되었다며 들고 있는 논거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음을 제시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일부 중복되더라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법률의 해석은 보편적이고 정확한 법적 용어의 사용례에 따라야 하는데 다수의견은 일상의 용어와 법률적 용어를 별다른 고민 없이 확장 또는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특허법상 개념이 조세법적인 문제에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편의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 다수 보충의견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또한 특허권 속지주의 개념을 임의적으로 이해한 나머지 이를 마치 과거의 잘못된 유산으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도그마로 전제하고 있는 점도 잘못이다. 다수의견이 새로운 해석의 근거로 들고 있는 구 법인세법 조항은 ‘특허의 사용’을 통상의 법적 용어와 다른 뜻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보고 있는 것처럼 부당한 세수유출 등의 염려가 있다면 조약의 개정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리고 힘들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옳은 길이고,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을 지켜나가는 정도(正道)이다.
가.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에 관하여
1) 한미조세협약도 일반적인 조약의 하나이므로 조약해석에 관한 표준규범인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1조가 적용된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1조 제1항은 "조약은 조약문의 문맥에서 그리고 조약의 대상 및 목적에 비추어, 그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라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라고 정하면서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를 가장 중요한 해석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조약 역시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함은 국내법을 해석할 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도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와 미국 중 어느 쪽이 과세권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먼저 던져놓고 마음속에 미리 품은 답에 맞추어 역으로 위 용어의 의미를 풀어나가는 것은 법규에 대한 정당한 해석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법규에 관한 해석·적용을 중핵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은, 우리나라 정부(과세관청)가 소송당사자가 된 입장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사안과 관련된 종전 판례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표명해 왔는지, 나아가 종전 판례를 뒤집기 위해 어떠한 조처와 수단을 강구하여 왔는지 등과 무관하게, 주어진 한미조세협약의 문언 그대로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한미조세협약은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에 관하여 별도로 정의를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오히려 해당 용어가 별도로 정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으로부터 특허권이라는 법적 권리의 활용, 즉 특허권이 효력을 미치는 영역 내에서 해당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발명을 실시한다는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은 ‘특허’가 다의적 개념임을 강조하면서 ‘그에게 내 특허를 쓰게 했다.’, ‘특허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했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구어체로 쓰이는 표현을 근거로 ‘특허’가 ‘특허기술’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됨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논할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조세조약에서 공식적으로 쓰고 있는 ‘특허’라는 용어의 일의적이면서 정확한 해석이다. 위 ‘특허’라는 용어는 정제된 법률용어이므로 그에 걸맞게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가볍게 사용되는 예를 기반으로 할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채권적 계약에 불과한 임대차계약에 대해 ‘전세계약’이라는 표현이 일상생활에서 쓰인다고 하여 그 임차인에게 민법 제303조 이하의 전세권자로서의 물권적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민법상 ‘청약의 철회’나 ‘계약의 해제’에 해당하는 의사표시에 대하여 일반인이 ‘계약을 취소한다.’는 표현을 쓰더라도, 민법상 취소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음도 또 다른 예일 것이다.
이처럼 다수의견이 ‘특허’라는 말에 대해 제시하는 용례가 일상적·관용적 표현일 뿐 법적으로는 명백히 부정확한 이상 이를 해석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특허’라는 용어는 특허 관련 법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일상에서 먼저 통용되다가 특허 관련 법령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용어를 해석할 때에는 법령상의 의미에 따르는 것이 당연히 우선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특허법이나 미국 특허법 모두 ‘특허’(권)와 그 보호대상인 ‘발명’을 구분하고 있음은 반대의견이 제시한 바와 같다. 즉 ‘발명’을 ‘특허’라고 칭하는 것은 일상적으로는 널리 통용되는 표현일지언정 한미조세협약의 ‘특허’를 해석할 때에는 준거할 만한 기준이 전혀 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마치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1항의 ‘배당’이라는 용어를 법률용어가 아닌 ‘어떤 것을 나누어 받는 것’이라는 일상적인 의미로 파악한 다음, ‘나누어 받는’ 성격이 있는 임금·급여 등 근로의 대가로 받는 소득에 대해서도 위 조항을 적용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인다.
조세법 분야에는 과세요건이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을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두62738 판결 등 참조). 이는 양 체약국의 과세권을 조정·제한하는 조세조약의 해석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특허’라는 문언에다가 그 하위 개념 내지 대상에 불과한 ‘발명’ 또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포장하여 이를 ‘발명의 사용’ 또는 ‘기술의 사용’으로 보는 것은 문언에 따른 올바른 해석으로 볼 수 없다. ‘특허의 사용’이라는 표현이 조세법적인 문제에서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편의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 다수 보충의견의 시각은 상당히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3) 만일 한미조세협약 체결 당시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에 다수의견과 같이 외국에서만 특허를 받아 국내에서는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기술의 사용’까지 널리 포섭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제14조 제4항 제a호가 정한 사용료 지급대상에 ‘특허’가 별도로 포함될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특허권에 의한 보호를 전제로 하지 않거나 이와 무관한 ‘기술’이라는 개념은, 위 조문 중에 ‘특허’라는 용어가 굳이 없더라도 그 뒤에 이어지는 ‘지식, 경험, 기능(기술)’에 얼마든지 포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미조세협약에서 ‘특허’라는 용어가 별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특허의 사용’이라는 의미를 파악할 때 마땅히 ‘특허’라는 법적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4)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통상적 의미는 다수의견이 스스로 해석의 근거로 삼고 있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는 본문 및 그 (가)목에서 ‘특허권을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그 대가를 국내에서 지급하는 경우 그 대가’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중 하나로 정하면서(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특허권의 사용대가’를 열거한 법인세법 규정은 한미조세협약 체결 전인 1967. 11. 29. 법인세법 전부 개정 시 신설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단서에서는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 방지협약에서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그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특허권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는 해당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규정된 바로부터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고자 하는 ‘특허’가 ‘그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특허권’을 의미하고 또한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이라는 법적 권리의 활용을 가리킬 뿐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즉 해당 규정은, 본래 특허권은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이기 때문에 등록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이를 행사하는 것 자체를 상정할 수 없지만(여기까지는 종전 판례 법리와 같다), 특별히 그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기술의 사실상 사용이 원래는 ‘사용’이라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지만 이를 특별히 ‘사용’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내용의 규정이다.
한미조세협약이 구 법인세법과 달리 ‘특허’라는 문언을 쓴다고 하여 그것의 의미가 ‘특허권’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권’이라는 글자가 빠진다고 하여 해당 용어가 권리로서의 특허권이 아니라 그 보호대상인 특허기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변화한다고 볼 수 없다.
5) 다수 보충의견은 특허법에는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개념이 고유하게 존재하지 않고 사용의 객체를 특허권이라는 권리가 아닌 ‘발명’으로 정하고 있음을 들어, 반대의견과 같이 사용의 대상을 ‘특허권’으로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특허법이 명시적으로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지만, 전용실시권 또는 통상실시권(특허법 제100조 및 제102조)과 같은 ‘실시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특허권이 사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개념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본문 및 그 (가)목에 너무나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나아가 라이선스 계약의 체결 및 이행 과정을 전체의 맥락에서 살펴보면, 사용자(라이선시)는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특허권자(라이선서)로부터 해당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얻는 국면에서 사용료를 지급하고, 사용자는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발명을 특허권이 등록되어 효력을 가지는 영역 내에서 실시하게 된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틀어 ‘사용자가 특허권자로부터 특허권의 사용을 허락받고 그 대가로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인데, 이 과정의 종국에 이르러서는 사용자가 해당 특허권을 사용하는 구체적 태양으로서 ‘특허발명의 실시’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반대의견도 사용자에 의한 특허권 사용이 결국에는 ‘특허발명의 실시’라는 형태로 구현된다고 보고 있고, 이는 특허권의 효력이 특허발명의 실시에 미친다는 특허법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반대의견이 특허법이나 그 밖의 지식재산권법의 태도에 배치된다고 보는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다수 보충의견이 특허권의 보호 범위로서 특허법이 정한 ‘특허발명의 실시’라는 개념과 구 법인세법 및 한미조세협약이 정한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개념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나. 특허와 다른 비공개 정보를 준별할 필요성에 관하여
1) ‘특허’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비공개 정보와는 별개의 법적인 권리를 의미함은 반대의견이 언급한 관세법령(관세법 제30조 제1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2항)에도 잘 드러나 있다. 다른 세법에서도 그러한 취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가령 부가가치세법은 특허를 ‘특허권’이라고 표현하며 저작권 등과 함께 재화로 분류되는 ‘권리’로 구분하는 반면, 산업상·상업상 또는 과학상의 지식·경험 또는 숙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용역의 공급’으로 구분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호,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제25조 제3호). 소득세법도 제21조 제1항 제7호에서 기타소득의 하나로 "‘광업권, 어업권, 양식업권, 산업재산권, 상표권 등 권리’와 권리가 아닌 ‘산업정보, 산업상 비밀 등 자산’을 각각 양도하거나 대여하고 그 대가로 받는 금품"을 열거하고 있는데, 특허권은 전자의 산업재산권에 포함되는 ‘권리’이다(발명진흥법 제2조 제4호 참조).
이처럼 특허권은 법체계상 단순한 정보, 기술 등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법령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고 존재하는 권리로서 법령이 정한 범위 바깥에서는 존재할 수도, 이를 사용할 수도 없다.
2) 다수 보충의견은 기술 자체를 활용하여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적 활동’에 해당하는 이상,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영역 밖에서 이루어지는 발명의 사용을 ‘특허의 사용’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 보충의견이야말로 ‘특허의 사용’에 대한 대가를 명시적으로 특정하여 사용료소득으로 규정하고 그 사용장소에 따라 원천을 판정하도록 하는 한미조세협약의 문언과 체계에 반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미국 등록 특허권의 보호대상인 발명을 그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하는 것이 ‘특허의 사용’에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수 보충의견은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야 한다는 문제의 본질을, 위 용어의 의미 해석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제적 실질의 측면에서 소득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논의로 임의로 전환시켜 논점을 흐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 침해 대상 특허권의 그 등록 국가 내 실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
1) 거래당사자의 법률행위 해석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사용료는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대한 대가임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는 점은 이미 반대의견에서 상세히 밝힌 바와 같다. 여기서는 이른바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사안의 사실관계를 단순하게 재구성한 가상의 사례를 통해 좀 더 명확하게 살피고자 한다(해당 사례는 사안의 쟁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단순화한 것일 뿐 실제 미국 관세법 등에 따른 세부 절차는 고려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어느 내국법인이 국내에서 여러 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 10,000대를 제조한 후 미국 자회사를 통해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수출하였다. 경쟁업체인 미국법인은 그 사실을 알고서 내국법인과 위 미국 자회사가 휴대전화를 미국에서 수입·판매하는 행위가 자신의 미국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에 신고하였다. 이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잠정 수입금지조치를 취하자, 내국법인은 해당 휴대전화의 통관이 거부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급히 경쟁업체인 미국법인과 미국 특허권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사용료를 지급한 후 이를 근거로 수입금지해제조치를 받았다. 그 후 미국 자회사는 휴대전화 10,000대에 대한 통관절차를 밟아 미국 내에서 판매하였다.
위와 같은 가상 사례에서 다수의견은 사용료가 국내에서 휴대전화 제조 시 미국 특허권 대상인 ‘특허기술’ 자체를 사용한 대가라고 보자는 것이나, 내국법인이 이러한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휴대전화를 제조하였다고 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는 위 사례에서 전혀 주어진 바 없다. 설령 내국법인이 해당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휴대전화를 제조하였다는 가정을 추가해 보더라도, 이는 국내에서 이미 공지의 기술이므로 이를 활용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고, 따라서 내국법인은 경쟁업체인 미국법인에 그 사용에 대한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다. 내국법인은 미국 자회사로 하여금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휴대전화를 미국에 수입·판매하게 하는 과정에서 ‘미국 특허법’이라는 법적인 제약을 마주하게 되자 합법적인 수입·판매를 위해 사용료를 지급하였을 뿐으로, 이는 오히려 ‘미국 특허권을 미국에서 사용한 대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자와 미국 내 실시자(미국 특허권 침해자)의 지위가 완전히 분리된 다음의 사례를 보면, 내국법인이 ‘특허기술’의 사용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즉, 내국법인이 휴대전화를 미국에 수출할 의도 없이 국내에서만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하였는데, 이와 무관한 무역업자가 그 휴대전화를 매입한 후 마찬가지로 내국법인과 무관한 별개의 미국법인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판매하였다고 가정하면, 미국 특허권을 가진 경쟁업체로부터 특허침해책임을 추궁당할 사람은 원칙적으로 위 무역업자 등일 뿐 해당 내국법인이 아니고, 따라서 내국법인이 설령 제조 과정에서 경쟁업체인 미국법인의 ‘특허기술’을 이용하였더라도 그에게 사용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만일 해당 내국법인이 미국 특허권을 가진 경쟁업체에 무언가 ‘대가’를 지급하였다면, 이는 미국 특허법상 유도침해 등과 관련된 특허침해분쟁을 피하기 위한 차원으로서, 광의에서의 ‘미국 특허권을 미국에서 사용한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지, ‘특허기술’ 자체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가로 볼 수 없다.
2) 다수 보충의견이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하여 언급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도 본다. 반대의견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법률행위의 해석은 사용된 문언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까지 모두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반대의견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 사용료가 ‘미국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대한 대가’라는 점을 충분히 논증하였고, 이는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를 감안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다수 보충의견은 이 사건 계약서에 라이선스의 지역적 범위가 ‘전 세계’로 명시된 점이나 허용되는 행위 유형이 판매뿐만 아니라 제조, 수입, 수출 등까지 광범위하게 정해진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용료가 전적으로 미국 내 사용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거나, 오로지 ‘미국’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의 ‘판매’에 대한 대가로만 사용료를 책정하여 지급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 계약서의 다른 부분을 보면, 원고와 소외 회사가 진정으로 라이선스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던 것은 미국 내에서 효력을 가지는 ‘미국 특허권’이고 그 특허권에 의한 보호와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발명’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사건 계약 제2조에는 "원고가 ‘라이선스 대상 특허’ 관련 본 계약에 포함된 라이선스 및 면책에 대한 대가로 사용료를 지급한다(In consideration of the licenses and releases contained in this agreement relating to the ‘licensed patents’, 원고 shall pay to 소외 회사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전문에서는 그 ‘라이선스 대상 특허’(licensed patents)가 별지에 명시된 특허와 그 관련 특허임을 명시하고 있고, 별지에는 미국 특허등록번호 40개가 열거되어 있다. 다수 보충의견이 인용한 처분문서의 문언을 중시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계약에서의 라이선스 대상은 위 해당 문언과 같이 미국 등록 특허권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 언뜻 이에 배치되는 듯한 위 라이선스의 지역적 범위에 관한 기재(예컨대 ‘worldwide’)는 단지 원고가 미국 특허권인 이 사건 특허권을 사용함에 있어서 지역적 제약을 따로 설정하지 아니하였음을 주의적·확인적으로 언급한 것일 뿐이다. 이는 가령 원고가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제조한 후 이를 미국에서 수입·판매하는 것에 대해 따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취지일 따름이다. 이를 특허권 속지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것’ 자체는 원래부터 금지되지도 않지만, 해당 제조행위에 대해 미국 특허권자가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는 취지에서 들어간 문구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문구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이 사건 사용료의 체결 경위나 라이선스 대상에 관하여 훨씬 중요한 명시적 기재가 존재함에도, 이 사건 사용료 전체를 미국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발명의 사실상 사용에 대한 대가로 파악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라. 판매지(미국) 원천의 배제 문제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특허권 등록 국가에서의 법률상 사용(실시)’을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포섭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하여, 마치 특허의 사용장소가 오로지 우리나라이고 우리나라만이 원천지국으로서의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보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특허가 제조 단계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는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특허는 오로지 제조 단계에서만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판매나 대여, 수입 등 단계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한다.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도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 특허가 판매 단계에서도 사용될 수 있음을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판매 장소인 미국은 왜 특허의 사용장소에서 전면 배제되어야 하는가? 다수의견처럼 ‘특허기술’이 국내 제조 국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더라도, 그 제품이 다시 미국으로 수입·판매되는 국면에서는 ‘특허’(권리)가 사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아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만일 미국에서의 ‘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면, 소득 원천지로서 제조지(우리나라)와 판매지(미국)가 경합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것처럼 이 사건 사용료의 원천이 오롯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다수의견이 해석의 근거로 삼고 있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르더라도 위와 같은 의문들은 해소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위 규정은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에 관한 일반적인 정의 규정이 아니다. 단지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라는 특정한 상황하에서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는 것일 뿐 그와 같이 제조된 제품이 미국에서 수입·판매됨으로써 해당 특허권이 행사되는 국면에 관하여는 아무런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을 근거로 해당 특허권이 미국에서 사용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수의견이 제조지가 판매지보다 우선한다는 전제에 입각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미조세협약 어디에도 원천지 충돌 시 해석방법에 관하여 정한 바가 없다. 다수의견과 같이 우리나라만 1차적 과세권을 가진다고 볼 것이 아니라 양 체약국 모두에 1차적 과세권이 있되 안분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현실적으로 제조와 판매는 모두 특허권이 사용되는 중요한 국면에 해당하는데, 판매지가 가지는 ‘소득 원천’으로서의 중요성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제조지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오히려 특허권 라이선스 계약의 궁극적인 목적이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데 있으므로, 제조지보다 판매지가 중요하다는 견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군다나 원고가 국내외에서 제조한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를 위해 체결하였다는 이 사건 계약의 경위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특허권의 사용장소 가운데 제조지(우리나라)를 판매지(미국)보다 일방적으로 앞세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마. 조약해석의 방법론, 그리고 과세권 배분 규칙을 변경하기 위한 올바른 절차의 모색
조약은 주권 국가 간에 체결된, 국제법상 구속력을 가지는 서면 합의·약속이다. 조약의 해석은 조약 체결 당시 양 체약국이 해당 조약의 문언을 통해 공통적으로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이에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도 이 협약에서 정의되지 않은 용어라도 일단은 양 체약국의 체결 당시의 합의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그 문맥상의 의미를 확정하여 보고, 그마저도 안 될 때에 보충적으로 과세권을 행사하는 체약국의 법에 따라 해석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이 정의되지 않은 용어에 대하여 이른바 ‘체약국법 원칙’을 채택한 것이라고 바라보는 다수 보충의견은 그 기본 전제부터 그릇되어 동의할 수 없다. 조약이 양 체약국 사이의 엄연한 약속임을 고려할 때, 조약 체결 시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 제·개정된 일방 체약국의 국내법을 가지고 사후적으로 조약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조약을 당초 체결될 때의 의도와 다르게 해당 체약국의 ‘일방적인’ 관점에 따라 왜곡하여 해석할 위험이 상당하므로 마땅히 자제되어야 한다.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한미조세협약의 체결 과정에 있어서도, 특허 관련 사용료소득의 원천 판정 기준이 될 ‘특허의 사용’에 대해 양 체약국이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사후적·일방적으로 해석·적용하는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허’ 자체가 각 등록 국가 내에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별개의 독립된 권리를 가리키므로(一國一特許主義), 이에 조응하여 특허를 사용하는 것 역시 해당 등록 국가 내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당연한 전제로 협상이 이루어졌으리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부동산, 동산 등 유형자산의 사용이 그 소재지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4항, 제5항)처럼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특허의 사용’에 관하여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부합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받아들여진 종전 판례의 해석을, 한미조세협약이 체결된 후 수십 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 이르러 국내법 규정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잘 알려진 법언이지만,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제26조에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고 명문의 규정을 굳이 두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만일 정부가 한미조세협약으로 한 번 정해진 과세권 분배 규칙을 변경하고 싶다면, 체약 상대국인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미조세협약을 개정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일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정식으로 거치지 않고 국내법의 개정만으로 기존의 과세권 분배 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것에 대해 ‘조약의 해석’이라는 미명하에 그대로 동조하는 것은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을 지켜야 할 사명을 지닌 대법원이 취할 바가 못 된다.
바. 다수 보충의견이 예시한 증명책임 분배 모델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에 입각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자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판례 변경을 위해서는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새로운 법적 견해가 종전 판례보다 우월함이 논증되어야 하고,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판례 변경에 앞서 새로운 법적 견해를 취하였을 경우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까지 충실히 고려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에는 사실심 법원이 환송 후 사건은 물론이고 앞으로 유사 관련 사건의 심리에서 받게 될 부담이나 개별 사안의 결론이 판례 변경 전과 비교할 때 유의미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두루 포함된다.
다수 보충의견은 미국 판례나 국세청의 행정해석을 근거로, 과세관청이 ‘소득의 국내 관련성’에 관하여 일단 증명을 하고 나면, 납세자가 전체 사용료 중 국외원천소득에 해당하는 부분을 증명해야 하고, 이에 실패할 경우 과세를 피할 수 없는 식으로 증명책임이 분배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과연 미국 조세소송에서의 증명책임론을 우리 조세소송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특유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전통이 뿌리내려, 조세에 있어서도 납세자 스스로 신고하고 책임진다는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다. 조세소송에서 과세관청의 ‘처분’이라는 개념을 상정하지 않고, 이 사건과 같은 환급청구소송도 기본적으로는 민사소송과 같은 성질을 가진다고 본다. 이에 미국 판례는 민사소송에서의 증명책임론을 그대로 따라 납세자에게 정당세액 등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세법(Internal Revenue Code)은 납세자에게 증명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납세자가 신뢰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는 경우 증명책임이 과세관청에 전환된다고 정하고[제7491조 (a)], 조세법원 규칙(United States Tax Court Rules of Practice and Procedure)도 명시적으로 납세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142조 (a)].
반면 우리나라는 조세법률관계를 국가의 공권력 행사와 이에 대응하는 기본권의 보호 문제로 접근한다. 즉, 우리나라는 조세소송에서 과세관청의 ‘처분’을 상정하고 과세관청 스스로 그 처분의 적법성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이에 조세소송의 구조는 원칙적으로 침익적 처분을 다투는 일반 행정소송과 마찬가지로 설계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과세관청이 정당세액 등 과세요건사실을 증명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한다.
이처럼 미국과 우리나라는 법률 체계와 현실적 운영에 분명한 차이가 있으므로, 다수 보충의견이 제안하는 바와 같이 미국 판례나 국세청 행정해석상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것처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법적인 논증이나 검토가 선행되지 않은 시론(試論)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수 보충의견이 예상하는 것처럼 앞으로 종전 판례가 변경될 때의 후과 및 파급효과가 연쇄적으로 어떠할지에 관하여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취하기 어렵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조희대(재판장) 노태악 이흥구 오경미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주심)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