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2024다289680
보험금[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문제된 사건]
📌 판시사항
보험약관에서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보험기간 중에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 경우, 위 약관조항에 대한 보험자 등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보험자가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적용까지 배제되는지 여부(소극)
📋 판결요지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 이러한 통지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인정되는 의무가 아니라 상법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정의무로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
만약 보험약관에서 ‘보험기간 중에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면, 그 약관조항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것으로 상법 제652조 제1항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자가 위 약관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 아닌 한 보험자 등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을 뿐이고, 이때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적용까지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해태하였다면, 보험자는 이를 이유로 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판례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마중 담당변호사 김용준 외 8인)
【피고, 상고인】 ○○○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앤인 담당변호사 경수근 외 3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8. 23. 선고 2022나7769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8. 26. 보험회사인 피고와, 보험기간을 2015. 8. 27.부터 2070. 8. 27.까지로, 피보험자를 원고의 자녀인 소외인으로,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원고로 각각 정하여 ‘(보험계약명 생략)’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사항 중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사고로 사망한 경우 상해사망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5조 제1항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는 등의 경우를 포함합니다)하거나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 제1항 제2호는 "회사는 뚜렷한 위험의 증가와 관련된 제15조 제1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약관조항’이라 한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소외인은 청약서의 ‘9. 현재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 운전을 하신다면 차종 및 목적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란에 ‘아니오’라고 표시하였다.
라. 소외인은 2019년 초경 삼겹살 배달전문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영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하였다. 소외인은 식자재 구입, 조리, 포장 등 위 음식점의 모든 업무를 홀로 담당하였다.
마. 소외인은 2019. 5. 2. 00:35경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여 이동하던 중 만취 상태로 운행 중이던 차량에 충돌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소외인을 ‘망인’이라 하고, 위 사고는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바. 원고는 2019. 5. 13.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9. 5. 28. 원고에게 "상기 피보험자는 당사에 상기 보험을 가입한 이후, 이륜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귀사에 통지해야 할 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 보험의 약관(계약 후 알릴 의무) 및 상법(제652조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와 계약해지)에 규정되어 있는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당사는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이며, 금번 사고에 대해서 면책임을 안내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발송하였고, 위 안내문은 그 무렵 원고에게 송달되었다(이하 ‘이 사건 안내문’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약관조항은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보험자인 피고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데,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약관조항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피보험자인 망인이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해지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제1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약관조항의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나. 제2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이 위와 같이 망인의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해지 주장에 관하여만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 이러한 통지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인정되는 의무가 아니라 상법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정의무로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
만약 보험약관에서 ‘보험기간 중에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면, 그 약관조항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것으로 상법 제652조 제1항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자가 위 약관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 아닌 한 보험자 등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16, 91323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다291449 판결 참조).
그러나 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을 뿐이고, 이때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적용까지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해태하였다면, 보험자는 이를 이유로 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21. 12. 24. 제1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2021. 12. 22. 자 답변서를 진술하였는데, 위 답변서에는 ‘망인은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안내문을 통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나) 피고는 2023. 7. 21.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2023. 1. 25. 자 항소이유서를 진술하였는데, 위 항소이유서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 및 이 사건 사고에는 상법 제652조가 적용되므로,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의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 피고는 2024. 6. 14. 원심 제4차 변론기일에서 2024. 6. 13. 자 준비서면을 진술하였는데, 위 준비서면에는 ‘피보험자인 망인은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법 제652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안내문의 내용을 보면, 피고가 애초부터 피보험자인 망인의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과 상법 제652조에서 정한 통지의무 위반의 두 가지 해지사유를 내세워 계약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제1심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망인의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과 별도로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약관조항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이 사건 약관조항의 내용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뿐이고, 그로 인하여 상법 제652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망인이 보험기간 중 배달전문 음식점 영업을 위하여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자인 원고 또는 피보험자인 망인이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 상법 조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해지 주장에 관하여만 판단하였을 뿐, 망인이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에 관하여는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상법 제652조와 이를 구체화한 보험약관조항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 마용주
【피고, 상고인】 ○○○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앤인 담당변호사 경수근 외 3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8. 23. 선고 2022나7769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5. 8. 26. 보험회사인 피고와, 보험기간을 2015. 8. 27.부터 2070. 8. 27.까지로, 피보험자를 원고의 자녀인 소외인으로,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원고로 각각 정하여 ‘(보험계약명 생략)’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사항 중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사고로 사망한 경우 상해사망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15조 제1항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는 등의 경우를 포함합니다)하거나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 제1항 제2호는 "회사는 뚜렷한 위험의 증가와 관련된 제15조 제1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손해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약관조항’이라 한다).
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소외인은 청약서의 ‘9. 현재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 운전을 하신다면 차종 및 목적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란에 ‘아니오’라고 표시하였다.
라. 소외인은 2019년 초경 삼겹살 배달전문 음식점을 개업하면서 영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하였다. 소외인은 식자재 구입, 조리, 포장 등 위 음식점의 모든 업무를 홀로 담당하였다.
마. 소외인은 2019. 5. 2. 00:35경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여 이동하던 중 만취 상태로 운행 중이던 차량에 충돌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소외인을 ‘망인’이라 하고, 위 사고는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바. 원고는 2019. 5. 13.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2019. 5. 28. 원고에게 "상기 피보험자는 당사에 상기 보험을 가입한 이후, 이륜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귀사에 통지해야 할 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 보험의 약관(계약 후 알릴 의무) 및 상법(제652조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와 계약해지)에 규정되어 있는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당사는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이며, 금번 사고에 대해서 면책임을 안내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발송하였고, 위 안내문은 그 무렵 원고에게 송달되었다(이하 ‘이 사건 안내문’이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약관조항은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보험자인 피고에게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데,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약관조항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피보험자인 망인이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해지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제1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약관조항의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나. 제2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이 위와 같이 망인의 보험약관상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해지 주장에 관하여만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 이러한 통지의무는 보험계약의 효과로서 인정되는 의무가 아니라 상법 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법정의무로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이를 해태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
만약 보험약관에서 ‘보험기간 중에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회사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면, 그 약관조항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것으로 상법 제652조 제1항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자가 위 약관조항의 내용을 잘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 아닌 한 보험자 등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16, 91323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0다291449 판결 참조).
그러나 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를 구체화하여 규정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을 뿐이고, 이때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적용까지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상법 제652조 제1항 전단의 통지의무를 해태하였다면, 보험자는 이를 이유로 상법 제652조 제1항 후단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21. 12. 24. 제1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2021. 12. 22. 자 답변서를 진술하였는데, 위 답변서에는 ‘망인은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안내문을 통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나) 피고는 2023. 7. 21.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2023. 1. 25. 자 항소이유서를 진술하였는데, 위 항소이유서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 및 이 사건 사고에는 상법 제652조가 적용되므로,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의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 피고는 2024. 6. 14. 원심 제4차 변론기일에서 2024. 6. 13. 자 준비서면을 진술하였는데, 위 준비서면에는 ‘피보험자인 망인은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법 제652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안내문의 내용을 보면, 피고가 애초부터 피보험자인 망인의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과 상법 제652조에서 정한 통지의무 위반의 두 가지 해지사유를 내세워 계약해지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제1심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망인의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과 별도로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약관조항의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이 사건 약관조항의 내용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뿐이고, 그로 인하여 상법 제652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망인이 보험기간 중 배달전문 음식점 영업을 위하여 오토바이를 계속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 보험계약자인 원고 또는 피보험자인 망인이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 피고는 이 사건 약관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 상법 조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4)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이 사건 약관조항에서 정한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계약해지 주장에 관하여만 판단하였을 뿐, 망인이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 주장에 관하여는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상법 제652조와 이를 구체화한 보험약관조항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서경환 신숙희(주심) 마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