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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2024재고합2

포고령위반
🏛️ 법원창원지방법원마산지원
📁 사건종류형사
📅 선고일자2025-09-03
⚖️ 판결유형결정 : 확정

📌 판시사항


망(亡)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 등이 1947. 8.경 이른바 하곡수집(夏穀收集)에 반대하여, 하곡수집 업무에 불응한 면장 등을 체포·호송하던 경찰관들을 습격하고, 그에 이어 지서로 복귀한 경찰관들을 습격하여 소요를 야기하는 한편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1948. 2. 27. 공무집행방해 및 경상남도공고 제12호 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한 판결(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후 피고인의 자(子)가 재심대상판결에 적용된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1945. 9. 7. 포고 제2호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위헌·무효로서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한 사안에서, 위 포고 제2호는 재심대상판결에 직접 적용되거나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상위 법령으로서 재심대상판결에 적용되어 피고인의 형벌에 관한 법령에 포함되고, 나아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위헌·무효이며,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경우 권한 있는 입법기관에 의하여 유효하게 제정·공포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그 자체로 위헌·무효이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대상판결 전부에 대해 재심개시결정을 한 사례

📋 판결요지


망(亡)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 등이 1947. 8.경 이른바 하곡수집(夏穀收集)에 반대하여, 하곡수집 업무에 불응한 면장 등을 체포·호송하던 경찰관들을 습격하고, 그에 이어 지서로 복귀한 경찰관들을 습격하여 소요를 야기하는 한편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1948. 2. 27. 공무집행방해 및 경상남도공고 제12호 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한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이 확정되었는데, 그 후 피고인의 자(子)가 재심대상판결에 적용된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1945. 9. 7. 포고 제2호(이하 ‘포고 제2호’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위헌·무효로서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한 사안이다.
① 재심대상판결 이유에서는 경상남도공고 제12호, 구형법(1953. 9. 18. 형법 제정 이전에 군정법령 제21호에 의해 의용되던 일본 형법) 제95조 제1항, 제106조 제2항만 적용법조로 기재하고 있어, 포고 제2호가 피고인의 형벌에 관한 법령에 포함되는지가 먼저 문제 되는바,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발령 경위 및 구체적인 내용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으나, 재심대상판결에 관한 형사사건부에서 포고 제2호를 명시하고 있는 점, 재심대상판결 이외에도 포고 제2호와 경상남도공고 제12호가 함께 적시된 사례가 다수 발견되는 점, 미군정청은 미군 소속 장성, 영관급 장교를 경상남도 군정장관으로 임명하여 경상남도 지역을 통치하였는데, 경상남도 군정장관은 관내 치안을 강화하기 위하여 포고 제1호, 제2호에 근거하여 경상남도공고 제12호를 발령하였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포고 제2호는 재심대상판결에 직접 적용되거나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상위 법령으로서 재심대상판결에 적용되어 포고 제2호의 위헌 여부에 따라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위헌 여부 및 당해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므로 피고인의 형벌에 관한 법령에 포함되고, ② 나아가 포고 제2호는 그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면서도 추상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하기 어렵고,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 역시 ‘사형 또는 타 형벌’로 되어 있을 뿐이어서 형벌의 종류조차도 가늠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어 위헌·무효이며, ③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경우 공포를 게재한 관보나 이를 알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고, 당시가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고의 발령 주체, 구체적인 내용, 효력 발생일은 물론 언제 폐지되었는지조차 확인할 자료가 없는 점에 비추어 권한 있는 입법기관에 의하여 유효하게 제정·공포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 공고 제12호가 독자적인 형벌규정으로 적용되었다면 그 자체로 위헌·무효이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대상판결 전부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한 사례이다.

📄 판례 전문

【피 고 인】 망 피고인
【재심청구인】 피고인의 자녀 재심청구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정도 담당변호사 이명춘 외 1인
【재심대상판결】 부산지방심리원 마산지원 1948. 2. 27. 선고 형공제12호 판결 중 공무집행방해, 경상남도공고 제12호,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포고 제2호 위반죄로 징역 1년을 선고한 사건
【주 문】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개시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은 1948. 2. 27. 부산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공무집행방해 및 경상남도공고 제12호 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나.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등이 1947. 8.경 이른바 하곡수집(夏穀收集)에 반대하여, 하곡수집 업무에 불응한 면장 등을 체포·호송하던 경찰관들을 습격하고, 그에 이어 지서로 복귀한 경찰관들을 습격하여 소요를 야기하는 한편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다. 피고인의 아들인 재심청구인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라 한다)에 위 재심대상판결은 사건조작이나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등을 통해 내려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사를 해달라고 신청하였으나, 2022. 11. 2. 진실화해위원회는 그와 같이 볼만한 자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각하결정을 하면서 진실규명결정을 하지 않았다. 재심청구인은 위와 같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각하결정에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2023. 11. 2. 기각되었다.
2. 재심청구인의 주장
재심대상판결이 적용한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포고 제2호(이하 ‘포고 제2호’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위헌·무효이고, 이는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가 있다.
3. 재심사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재심사유의 하나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함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이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를 의미하고(대법원 2009. 7. 16. 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이와 달리 유죄의 확정판결 이후에 법령의 적용 또는 해석의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령이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법원에서 위헌·무효라고 선언된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 자 2010모363 결정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1)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관은 일본이 1945. 8. 15. 항복을 선언한 후 같은 달 27일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를 설치하고, 다음 날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지역에 대한 군정실시기관으로서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 군정청(이하 ‘미군정청’이라 한다)을 창설하였다.
2)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는 1945. 9. 7. 포고 제1호(이하 ‘포고 제1호’라 한다)로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지역에 대하여 군정을 실시하며 입법권이 미군정청에 속함을 선언하였고(제6조), 같은 날 다음과 같은 내용의 포고 제2호를 발령하였다.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포고 제2호(범죄 또는 법규위반) 조선의 주민에 포고함 본관은 본관 지휘하에 있는 점령군의 보전을 도모하고 점령지역의 공중치안, 질서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 태평양미국육군최고지휘관으로서 아래와 같이 포고함. 항복문서의 조항 또는 태평양미국육군최고지휘관의 권한하에 발한 포고, 명령, 지시를 범한 자, 미국인과 기타 연합국인의 인명 또는 소유물 또는 보안을 해한 자, 공중치안, 질서를 교란한 자, 정당한 행정을 방해한 자 또는 연합군에 대하여 고의로 적대행위를 하는 자는 점령군군율회의에서 유죄로 결정한 후 동 회의의 결정으로 사형 또는 타 형벌에 처함. 1945년 9월 7일 요코하마에서 태평양미국육군최고지휘관 미국육군대장 더글라스 맥아더
다. 포고 제2호가 피고인의 형벌에 관한 법령에 포함되는지 여부
1)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이유에서는 경상남도공고 제12호, 구형법(1953. 9. 18. 형법 제정 이전에 군정법령 제21호에 의해 의용되던 일본 형법, 이하 같다) 제95조 제1항, 제106조 제2항만 적용법조로 기재하고 있어, 재심청구인이 문제 삼고 있는 포고 제2호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형벌에 관한 법령에 포함되는지 먼저 살펴본다.
2)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발령 경위 및 구체적인 내용 등을 알 수 있는 자료는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포고 제2호는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직접 적용되거나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상위 법령으로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적용되어 포고 제2호의 위헌 여부에 따라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위헌 여부 및 당해 재판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판단되므로, 포고 제2호는 피고인의 형벌에 관한 법령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관한 형사사건부(생산기관: 대검찰청 마산지방검찰청 사무국 사무과, 생산년도: 1947년도)는 포고 제2호를 명시하고 있다.
② 이 사건 재심재상판결 이외에도 포고 제2호와 경상남도공고 제12호가 함께 적시된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가단104909호, 1947년형공제482호, 1948년형공제176호, 1948년형공제339호 등).
③ 미군정청은 미군 소속 장성, 영관급 장교를 경상남도 군정장관으로 임명하여 경상남도 지역을 통치하였는바, 경상남도 군정장관은 관내 치안을 강화하기 위하여 포고 제1호, 제2호에 근거하여 경상남도공고 제12호를 발령하였을 개연성이 있다.
라. 포고 제2호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위헌·무효인지 여부
1) 대한민국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바2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런데 포고 제2호는 그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면서도 추상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하기 어렵고,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 역시 ‘사형 또는 타 형벌’로 되어 있을 뿐이어서 형벌의 종류조차도 가늠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한다.
2) 검사는 재심대상판결 사안의 경우 대한민국헌법이 제정되기 전의 사안이므로 죄형법정주의 위배 등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포고 제2호가 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법령의 공백을 방지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그와 같은 의문이 들 수 있다.
1948년 대한민국헌법이 공포되기 전의 우리나라에 성문헌법 형태의 헌법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때에도 법률 이하의 하위 규범이나 관습법 등을 토대로 한 법질서는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포고령이라든지 군정명령 등이나 그에 따른 의용법률 또한 그 시기의 법질서를 형성·유지하는 도구였다. 그런데 이러한 법질서를 구성하는 법령이 정당한 것인지는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형식적 의미의 헌법이 없더라도 가장 높은 단계에서 법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찾을 수 있다면 이것에 헌법의 효력이 있다거나 형식적 의미의 헌법에 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헌 헌법의 기초가 된 이념이나 원리가 있다면 이러한 것들이 바로 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대법원도 처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의용민법 제14조에 대하여 그 적용을 배제하는 판단을 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기초삼아 국가를 건설할 것이고 법률, 정치, 경제문화 등 모든 제도를 민주주의 이념으로써 건설할 것은 現下의 國是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만민은 모름지기 평등할 것이고 …"라고 설시한 바 있다(대법원 1947. 9. 2. 선고 1947년민상제88호 판결)].
제헌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라고 하고 있고,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 전문 역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임시정부헌법 이 제헌 과정에서 미친 영향의 정도에 대한 역사적, 법적 평가는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1944년 대한민국임시헌장에서는 법률에 의하지 않은 신체수색·체포·감금·심문·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여(제5조 제7항),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였다. 이는 제헌 헌법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는바(제9조) 위 임시헌장의 죄형법정주의는 제헌 헌법의 기초가 되었다 할 수 있고 따라서 이를 기준 삼아 당시 법질서의 헌법적 정당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이 사건을 판단하더라도 1)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3) 한편 미군정청은 군정명령 제11호(1945. 10. 9.)를 통해 "어떠한 사람이든지 그 행위에 대하여 그 범행 당시의 현행 법률에 처벌할 조문이 명백히 기록되어 있지 아니하였으면 죄명을 정하거나 판결을 언도하거나 형벌을 가하지 못한다."라고 하였는바[제3조(형벌의 제한) 제1호] 그 무렵 이미 실정법적으로도 죄형법정주의가 선언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군정청은 군정명령 제21호(1945. 11. 2.)를 통해 ‘그간 이미 폐지된 것을 제외하고’ 1945. 8. 9.까지 조선에 적용 중이던 일제강점기 법령의 효력을 군정청의 별도 폐지조치가 없는 한 그대로 존속하도록 하였고, 이로써 형법 등 기본 법률이 해방 전의 상태대로 헌법제정 당시까지 의용되어 법령의 공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으므로, 적어도 위 군정명령이 발령된 시점 이후로는 죄형법정주의를 후퇴시키면서까지 포고 제2호의 효력을 유지해야 할 실익이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그에 반해 포고 제2호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유효하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되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나아가 위와 같은 논리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의 포고 제2호 위반행위인데 판결이 내려진 시점이 제헌 헌법 시행 전과 후로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구제의 유무가 갈리는 셈이 되어 형평의 관점에서도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5) 해방 직후의 혼란한 상황에 비추어 법령이 정비될 때까지의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언을 요하지 아니하고, 적산귀속, 토지 및 화폐개혁 등 중대한 조치의 경우 사후적으로 이를 변경하거나 무효로 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나 국제적 신뢰관계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기존의 상태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① 이와 달리 포고 제2호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내 미군의 안전과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한 성격을 갖고 있는 점,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군정법령 제21호에 의해 1945. 11. 2.부터는 의용형법 등이 명시적으로 적용되게 되었고 포고 제2호 외에 의용형법 등이 함께 적용된 사안(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의 경우에도 그러하다)이 많은데 이 경우에는 포고 제2호가 적용된 것이 위헌·무효로 판단되더라도 당시의 처벌 대상 행위 모두가 곧바로 적법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아니어서 처벌의 공백이 크지 않은 점, ③ 포고 제2호만 적용된 사안의 경우에도, 포고 제2호 위반의 죄에 대하여 1948. 9. 27. 일반사면 이 이루어졌고 1950. 4. 21.에는 포고 제2호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 일반사면 이전의 시기에 일반사면령에서 제외된 죄(소요죄 등)를 범한 경우와 ㉯ 일반사면 이후 포고 제2호 폐지 이전까지의 위반행위에 한하여서만 위헌·무효 판단의 문제가 남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포고 제2호를 적용한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사유로 인정한다고 하여 법적 안정성이나 국제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 소결론
따라서 이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인정된다.
설령 포고 제2호가 직접 또는 경상남도공고 제12호의 상위 법령으로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적용되지 아니하였다고 보더라도, 즉 경상남도공고 제12호만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의 ‘형벌에 관한 법령’이라고 보더라도 그 자체가 위헌·무효라는 결론에는 다름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는 1945. 9. 7. 포고 제1호로 북위 38도선 이남의 조선지역에 대하여 군정을 실시하며 입법권 등은 미군정청에 속함을 선언하였고, 미군정청은 1946. 1. 19. 법령의 공포·형식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면서 새로 제정되는 법령은 원칙적으로 관보로 공포하여 공포 10일 후에 발효되는 것으로 하되 군정장관의 사전 인가가 있을 때에는 예외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후 미군정청은 같은 해 8. 24. 조선과도입법의원(이하 ‘입법의원’이라 한다)을 창설하여 일반복리와 이해에 관계되는 사항 및 군정장관이 의탁한 사항에 관한 법령제정권을 부여하고, 입법의원에서 제정한 법령은 군정장관의 동의를 받아 관보에 공포하는 때에 효력을 발생하게 하였는데, 입법의원이 설치됨으로써 그간 군정장관에 전속되어 있던 법률의 제정권한이 군정장관과 입법의원에 분산되게 되었으며, 입법의원은 1948. 5. 20. 해산될 때까지 활동하였다.
②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의 선고일은 1948. 2. 27.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공고 제12호의 경우에는 공포를 게재한 관보나 이를 알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 이 당시가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고의 발령 주체, 구체적인 내용, 효력 발생일은 물론 언제 폐지되었는지조차 확인할 자료가 없는 점에 비추어, 위 공고 제12호는 권한 있는 입법기관에 의하여 유효하게 제정·공포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공고 제12호가 독자적인 형벌규정으로 적용되었다면 그 자체로 위헌·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4. 재심개시의 범위에 관한 판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 개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한 개의 형을 선고한 불가분의 확정판결에서 그중 일부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만 재심청구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형식적으로는 1개의 형이 선고된 판결에 대한 것이어서 그 판결 전부에 대하여 재심개시의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도477 판결,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도123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포고 제2호 위반죄와 구형법 제95조 제1항, 제106조 제2항 위반에 따른 공무집행방해죄 및 소요죄는 그 입법 목적 및 문언에 비추어 볼 때 별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전부에 관하여 재심을 개시하여야 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재심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1항에 의하여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개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한지형(재판장) 손고은 김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