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2024다324200
구상금
📌 판시사항
[1] 상법 제682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등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지 여부(적극)
[2]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손해배상채무의 중첩적 인수) 및 이때 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의 관계(=연대채무)
[3] 甲 보험회사가 乙과는 乙 소유의 건물 및 시설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보험계약(소유자 보험계약)을, 위 건물을 임차하여 식자재 유통마트를 운영하는 丙 주식회사와는 위 건물 및 丙 회사 소유 시설 등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보험계약(임차인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丙 회사 유통마트의 수산물코너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위 건물의 구조재 및 마감재 일체가 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甲 회사가 乙에게 임차인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임차인 보험금)과 소유자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丙 회사를 상대로 소유자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상법 제682조에 따라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 회사와 丙 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차인 보험계약에 丙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계약이 포함되어 있다면 甲 회사가 소유자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丙 회사에 대하여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임차인 보험계약이 책임보험계약을 포함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책임보험계약에 따라 丙 회사가 화재사고로 부담하는 배상책임도 甲 회사에 의하여 보상되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甲 회사가 丙 회사를 상대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판결요지
[1] 상법 제682조 제1항은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라는 표제하에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등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보험자가 지급한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그 청구권을 취득한다는 취지이다.
[2]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결과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게 된 손해배상청구권이고, 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해 보험자가 지게 되는 손해배상채무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는 모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연대채무관계에 있다.
[3] 甲 보험회사가 乙과는 乙 소유의 건물 및 시설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소유자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위 건물을 임차하여 식자재 유통마트를 운영하는 丙 주식회사와는 위 건물 및 丙 회사 소유 시설 등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보험계약(이하 ‘임차인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丙 회사 유통마트의 수산물코너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위 건물의 구조재 및 마감재 일체가 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甲 회사가 乙에게 임차인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이하 ‘임차인 보험금’이라 한다)과 소유자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이하 ‘소유자 보험금’이라 한다)을 지급한 다음 丙 회사를 상대로 소유자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상법 제682조에 따라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① 乙이 화재사고로 입은 손해가 임차인 보험금, 소유자 보험금 등의 지급으로 모두 전보되었고, 丙 회사가 乙에게 종국적으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액수는 전체 손해액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임차인 보험금보다 적은 점, ② 甲 회사가 乙에게 지급한 임차인 보험금이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 지위에서 지급한 것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 乙의 甲 회사에 대한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만족을 얻게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乙의 丙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도 그 목적을 달성하여 소멸하는 점, ③ 이는 甲 회사가 임차인 보험금을 화재보험자 지위에서 지급하였더라도 책임보험자 지위를 겸하는 이상 마찬가지인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甲 회사와 丙 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차인 보험계약에 丙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계약이 포함되어 있다면 甲 회사가 소유자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丙 회사에 대하여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임차인 보험계약이 책임보험계약을 포함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책임보험계약에 따라 丙 회사가 화재사고로 부담하는 배상책임도 甲 회사에 의하여 보상되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甲 회사가 丙 회사를 상대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판례 전문
【원고, 피상고인】 ○○○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메타 담당변호사 곽상기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유통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담당변호사 박경찬)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11. 26. 선고 2024나73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손해보험업 등을 하는 원고는 2022. 2. 15. 소외인과 사이에 소외인 소유 이 사건 건물 및 시설에 관하여 피보험자를 ‘소외인’, 보험기간은 ‘2022. 2. 28.부터 2023. 2. 28.까지’, 담보사항은 ‘건물담보 431,361,600원, 시설담보 60,000,000원, 화재배상담보 300,000,000원’으로 하는 (보험계약명 1 생략) 계약(이하 ‘소유자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는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이 사건 건물에서 식자재 도소매업을 운영하여 왔다. 피고도 2021. 8. 1.경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 및 피고 소유의 기타 시설과 자산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보험계약명 2 생략) 계약(이하 ‘임차인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2022. 8. 2. 23:54경 이 사건 건물 내 피고의 종합유통마트 수산물코너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주변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기초를 제외한 건물의 구조재 및 마감재 일체가 화재로 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화재사고’라 한다). □□□소방서 등은 화재현장을 조사하여 이 사건 화재사고의 원인을 미상으로 추정하였다.
라. 원고의 의뢰를 받은 손해사정회사는 화재로 인한 이 사건 건물의 수리비 손해는 감가상각까지 반영하여 646,845,753원, 철거비는 64,684,575원으로 사정하였고, 이에 따라 건물 전체 손해는 711,530,328원(= 646,845,753원 + 64,684,575원)으로 사정되었다. 다만 잔존물 매각대금이 13,955,412원으로 결정됨으로써 건물 부분 전체 손해는 697,574,916원(= 711,530,328원 - 13,955,412원)으로 확정되었다. 한편 손해사정회사가 작성한 손해사정보고서에는 ‘임차인 보험계약에 이 사건 건물 및 피고 소유의 기타 시설과 자산에 관한 화재보험계약과 함께 화재로 타인의 재물에 손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화재배상책임 특별약관이 포함되어 있고 그 책임보험 한도액이 5억 원’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마. 원고는 2022. 10.경부터 12.경까지 소외인에게 임차인 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재사고에 대한 보험금으로 491,820,569원(이하 ‘임차인 보험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그 밖에 경비업체인 ◇◇◇ 주식회사가 ☆☆손해보험 주식회사와 체결한 재산종합보험(이하 ‘☆☆보험’이라 한다)에 따라 2,623,040원을 소외인에게 지급하였다.
바. 원고는 소유자 보험계약에 따라 소외인에게 2022. 10. 25. 150,000,000원, 같은 해 11. 30. 53,131,307원 합계 203,131,307원(이하 ‘소유자 보험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민법 제390조 본문에 따라 이 사건 화재사고로 소외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피고 책임 범위는 전체 손해의 60%인 418,544,949원으로 제한함이 타당한데, 이 사건 화재사고로 인한 소외인의 전체 손해 중 임차인 보험계약과 ☆☆보험에 의하여 일부 전보되고 남은 203,131,307원은 소유자 보험계약에 의해 전보되었으므로, 원고가 상법 제682조에 따라 임차인인 피고에 대하여 203,131,307원 중 피고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관련 법리
상법 제682조 제1항은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라는 표제하에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등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보험자가 지급한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그 청구권을 취득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1643 판결, 대법원 1993. 6. 29. 선고 93다1770 판결 등 참조).
한편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결과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게 된 손해배상청구권이고(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해 보험자가 지게 되는 손해배상채무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는 모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연대채무관계에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3754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417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앞서의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임차인 보험계약에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계약이 포함되어 있다면, 원고로서는 소유자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피고에게 보험자대위를 이유로 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소외인이 이 사건 화재사고로 입은 손해는 임차인 보험금 491,820,569원과 소유자 보험금 203,131,307원을 지급받은 외에 ☆☆보험으로부터 2,623,040원을 지급받음으로써 모두 전보되었고, 피고가 소외인에게 종국적으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액수는 소외인의 전체 손해 중 60%에 해당하는 418,544,949원으로 임차인 보험금보다 적음이 명백하다.
2) 만약 원고가 소외인에게 지급한 임차인 보험금이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 지위에서 지급한 것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만족을 얻게 되고, 이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도 그 목적을 달성하여 소멸하게 되므로, 이후 원고가 소유자 보험계약의 보험자로서 소외인에게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 보험금 지급으로 소멸한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는 없다.
3) 설령 원고가 소외인에게 지급한 임차인 보험금이 임차인 보험계약의 화재보험자 지위에서 지급한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 지위를 겸하는 이상 마찬가지이다.
가) 임차인 보험계약의 보험자가 화재사고에 대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자 지위를 겸하는 경우 소유자 보험계약의 보험자는 상법 제682조에 따라 임차인에 대하여 행사하는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상법 제724조 제2항에 근거하여 임차인 보험계약의 보험자에게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214529 판결 참조). 소유자 보험계약의 보험자인 원고가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임차인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채무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해 피고가 가입한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와 서로 연대채무관계에 있지만,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가 원고인 이상 원고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되고, 결국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와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의무가 함께 발생하는 결과 혼동으로 그 권리가 소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이 사건의 경우에 책임보험 보험자인 원고와 피보험자인 피고 사이의 내부관계에서 피고의 부담 부분이 존재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소유자 보험계약 보험자인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역시 원고가 부담하는 부분인 채무 전부에 대하여 소멸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나) 설령 원고가 소외인에게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보험자대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할 경우 재차 원고에 대하여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에 기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므로(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17888 판결 등 참조), 적어도 책임보험 한도액 범위 내에서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것은 원피고 사이에서의 순환소송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소송경제에 반한다. 그뿐만 아니라 원고는 결국 피고에게 반환할 돈을 청구하는 것이 되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등 참조).
4)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임차인 보험계약이 책임보험계약을 포함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책임보험계약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화재사고로 부담하는 배상책임도 원고에 의하여 보상되는지 등을 심리하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는 보험자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오석준 노경필(주심) 이숙연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유통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담당변호사 박경찬)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11. 26. 선고 2024나73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손해보험업 등을 하는 원고는 2022. 2. 15. 소외인과 사이에 소외인 소유 이 사건 건물 및 시설에 관하여 피보험자를 ‘소외인’, 보험기간은 ‘2022. 2. 28.부터 2023. 2. 28.까지’, 담보사항은 ‘건물담보 431,361,600원, 시설담보 60,000,000원, 화재배상담보 300,000,000원’으로 하는 (보험계약명 1 생략) 계약(이하 ‘소유자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는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이 사건 건물에서 식자재 도소매업을 운영하여 왔다. 피고도 2021. 8. 1.경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 및 피고 소유의 기타 시설과 자산을 보험목적물로 하는 (보험계약명 2 생략) 계약(이하 ‘임차인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2022. 8. 2. 23:54경 이 사건 건물 내 피고의 종합유통마트 수산물코너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주변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기초를 제외한 건물의 구조재 및 마감재 일체가 화재로 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화재사고’라 한다). □□□소방서 등은 화재현장을 조사하여 이 사건 화재사고의 원인을 미상으로 추정하였다.
라. 원고의 의뢰를 받은 손해사정회사는 화재로 인한 이 사건 건물의 수리비 손해는 감가상각까지 반영하여 646,845,753원, 철거비는 64,684,575원으로 사정하였고, 이에 따라 건물 전체 손해는 711,530,328원(= 646,845,753원 + 64,684,575원)으로 사정되었다. 다만 잔존물 매각대금이 13,955,412원으로 결정됨으로써 건물 부분 전체 손해는 697,574,916원(= 711,530,328원 - 13,955,412원)으로 확정되었다. 한편 손해사정회사가 작성한 손해사정보고서에는 ‘임차인 보험계약에 이 사건 건물 및 피고 소유의 기타 시설과 자산에 관한 화재보험계약과 함께 화재로 타인의 재물에 손해를 입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화재배상책임 특별약관이 포함되어 있고 그 책임보험 한도액이 5억 원’이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마. 원고는 2022. 10.경부터 12.경까지 소외인에게 임차인 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재사고에 대한 보험금으로 491,820,569원(이하 ‘임차인 보험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그 밖에 경비업체인 ◇◇◇ 주식회사가 ☆☆손해보험 주식회사와 체결한 재산종합보험(이하 ‘☆☆보험’이라 한다)에 따라 2,623,040원을 소외인에게 지급하였다.
바. 원고는 소유자 보험계약에 따라 소외인에게 2022. 10. 25. 150,000,000원, 같은 해 11. 30. 53,131,307원 합계 203,131,307원(이하 ‘소유자 보험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민법 제390조 본문에 따라 이 사건 화재사고로 소외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피고 책임 범위는 전체 손해의 60%인 418,544,949원으로 제한함이 타당한데, 이 사건 화재사고로 인한 소외인의 전체 손해 중 임차인 보험계약과 ☆☆보험에 의하여 일부 전보되고 남은 203,131,307원은 소유자 보험계약에 의해 전보되었으므로, 원고가 상법 제682조에 따라 임차인인 피고에 대하여 203,131,307원 중 피고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관련 법리
상법 제682조 제1항은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라는 표제하에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등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보험자가 지급한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그 청구권을 취득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1981. 7. 7. 선고 80다1643 판결, 대법원 1993. 6. 29. 선고 93다1770 판결 등 참조).
한편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인정되는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결과 피해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게 된 손해배상청구권이고(대법원 1999. 2. 12. 선고 98다44956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해 보험자가 지게 되는 손해배상채무와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채무는 모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서 연대채무관계에 있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3754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다23417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앞서의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임차인 보험계약에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계약이 포함되어 있다면, 원고로서는 소유자 보험금 지급을 이유로 피고에게 보험자대위를 이유로 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소외인이 이 사건 화재사고로 입은 손해는 임차인 보험금 491,820,569원과 소유자 보험금 203,131,307원을 지급받은 외에 ☆☆보험으로부터 2,623,040원을 지급받음으로써 모두 전보되었고, 피고가 소외인에게 종국적으로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의 액수는 소외인의 전체 손해 중 60%에 해당하는 418,544,949원으로 임차인 보험금보다 적음이 명백하다.
2) 만약 원고가 소외인에게 지급한 임차인 보험금이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 지위에서 지급한 것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은 만족을 얻게 되고, 이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인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도 그 목적을 달성하여 소멸하게 되므로, 이후 원고가 소유자 보험계약의 보험자로서 소외인에게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 보험금 지급으로 소멸한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는 없다.
3) 설령 원고가 소외인에게 지급한 임차인 보험금이 임차인 보험계약의 화재보험자 지위에서 지급한 것이라 하더라도, 원고가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 지위를 겸하는 이상 마찬가지이다.
가) 임차인 보험계약의 보험자가 화재사고에 대한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책임보험자 지위를 겸하는 경우 소유자 보험계약의 보험자는 상법 제682조에 따라 임차인에 대하여 행사하는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상법 제724조 제2항에 근거하여 임차인 보험계약의 보험자에게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214529 판결 참조). 소유자 보험계약의 보험자인 원고가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임차인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채무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해 피고가 가입한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와 서로 연대채무관계에 있지만,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자가 원고인 이상 원고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되고, 결국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와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할 의무가 함께 발생하는 결과 혼동으로 그 권리가 소멸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생긴다. 이 사건의 경우에 책임보험 보험자인 원고와 피보험자인 피고 사이의 내부관계에서 피고의 부담 부분이 존재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소유자 보험계약 보험자인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역시 원고가 부담하는 부분인 채무 전부에 대하여 소멸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나) 설령 원고가 소외인에게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보험자대위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할 경우 재차 원고에 대하여 임차인 보험계약의 책임보험에 기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므로(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다17888 판결 등 참조), 적어도 책임보험 한도액 범위 내에서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험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것은 원피고 사이에서의 순환소송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소송경제에 반한다. 그뿐만 아니라 원고는 결국 피고에게 반환할 돈을 청구하는 것이 되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타당하지 않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다19776, 19783 판결 등 참조).
4)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임차인 보험계약이 책임보험계약을 포함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책임보험계약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화재사고로 부담하는 배상책임도 원고에 의하여 보상되는지 등을 심리하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보험자대위에 의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는 보험자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오석준 노경필(주심) 이숙연